STO 혁명과 금융 한류[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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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부장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실물·금융 자산을 디지털 증권화하는 ‘토큰증권발행(STO)’은 음식을 보관하는 그릇에 비유된다. 부동산·미술품 등의 재산상 권리(증권)가 음식이라고 한다면, STO는 이를 담아 누구나 손쉽게 쪼개서 투자하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그릇이다. 주식 등 기존 전자증권과 다른 점은 가상화폐처럼 분산 네트워크와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자산을 유동화하고 거래할 수 있다. 다른 점은 그릇이 보관하는 음식은 실체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형식이 내용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보관체 기술이 인류 역사를 바꾼 선례는 늘 있었다. 통조림의 시발점이 된 병조림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유럽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고안해 활용한 보급 기술로 알려져 있다. 코르크 뚜껑만 따서 채식하거나 중탕을 해서 끼니를 해결케 한 병조림 기술은 통조림 기술로 진화하면서 식문화의 산업화에 불을 붙였다.

지난 8월 24일 열린 금융 전문 포럼 ‘문화금융리포트 2023’에서 전문가들은 현실로 다가온 STO 혁명이 금융산업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보관체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STO 사업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평가받는 미래에셋증권의 안인성 디지털부문 대표는 주제 발표에서 STO 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빗댔다. 그는 “증권업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 획기적으로 저변을 넓히고 혁신을 불러온 것처럼 STO 플랫폼이 자본·금융·산업의 범위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STO가 차세대 증권이 될 것으로 단언한다. 전통 자산을 증권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신종 자산을 아우르는 시대를 창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기관은 STO 산업 규모가 2030년에 가면 16조 달러(약 2경129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역시 2030년까지 367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안 대표는 전망했다.

STO 혁명은 더 나아가 창의성에 기반한 신산업 육성과 기업가 정신을 북돋고 한류와 결합해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모색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수출·제조 중심의 성장 모델의 한계에 봉착한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약의 물꼬를 터줄 수 있다. 패널로 참가한 김용태 법무법인 화우 디지털금융센터장은 “다양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주식처럼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게임과 영화, 공연 등 콘텐츠 제작사가 자기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험적인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제작사인 하이브 주식 대신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에만 투자하는 시대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거침없는 한류와 결합해 전 세계 젊은이가 ‘메이드 인 뉴진스 STO’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국경 없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속성을 감안하면 금융산업의 숙원인 글로벌화에 획기적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STO 제도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1년 가까이 뒷걸음질 쳐 온 국내 수출 상황을 볼 때 이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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