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관 말 바꾸기? ‘수사결과 두둔’ 녹취록 공개에 “수사단 안정시키려 통화”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4 23:45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 박정훈 수사단장 보직해임 직후 부하 중앙수사대장 통화 녹취 공개
녹취에 "진실되게 했으니 잘못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 수사결과 두둔
해병대 "사령관이 수사단원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통화한 것" 해명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된 지난 달 2일 박 전 단장의 부하와 통화하면서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 공정하고 원칙대로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령관이 당시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잘못이 없었다고 인식하면서 휘하의 수사단원들을 두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는 24일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의 부하인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이 지난 달 2일 오후 9시 48분부터 4분 42초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박 전 단장이 임성근 해병대 사령관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후 보직해임된 날이다. 김 사령관은 통화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다. 나도 한 3시간 반, 4시간 정도 조사받고 왔다"며 "어차피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이는 김 사령관이 수사단 수사 결과를 신뢰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이첩을 두둔하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박 대령측 변호인은 "명시적 정상적 절차 따라 장관·사령관 등으로부터 서류 수정, ‘이첩 보류 지시’를 수명(受命)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김 사령관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서 7월31일부터8월2일까지 박 대령에게 최소 4차례 이상 명확히 ‘이첩보류 지시’를 했다고 증언해 주장이 엇갈린다.

해병대는 녹취록 논란에 대해 24일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통화한 이유는 전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되자 동요하고 있는 수사단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통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정훈이가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다 있지?"라며 박 전 단장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기록이 존재하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중앙수사대장은 "네 맞습니다.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지도관하고 다 회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전화 오고 해서 옆에서 다 들었다"며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전 단장)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책임을 물을 의도가 없었으며, 본인이 아닌 다른 주체가 박 전 단장을 지시사항 위반으로 몰 것을 예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이후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거듭 강조했으며, 지난 달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군의 엄정한 지휘와 명령체계를 위반하는 군 기강 문란 사건까지 있었다"며 박 전 단장을 비판했다.

김 사령관은 군검찰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회수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수사대장이 통화에서 "지금 들어보니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받아 가겠다고 무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김 사령관은 "아 그래? 국방부에서 받아 가려고 그런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됐든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 없이 했으니까 됐어.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지. 내일 애들 힘내자. 너무 저거 하지 않게"라며 수사단원들을 잘 추스를 것을 당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