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댁 아닌 한국댁’ 이라시던 어머니, 명절땐 더 그리워”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7 11:08
  • 업데이트 2023-09-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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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란체스카(오른쪽) 여사가 생전 며느리 조혜자 씨와 콩나물을 다듬는 모습. 조 씨는 “명절이 되면 시어머니가 더욱 그립다”고 했다. 이화장 자료 사진



■ 추석연휴 현충원 성묘 이승만 前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

“1970년~92년 이화장서 모셔
검소하고 한국 사랑하셨던 분
이승만기념관 건립 성금 감사

남편 건강되면 4·19단체 방문
대화로 화해 계기 마련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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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중 아버님(이승만 초대 대통령) 내외를 합장한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 성묘를 다녀올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인수 박사는 고령(92세)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컨디션이 좋으면 모시고 갈까 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81·사진) 여사는 26일 이렇게 성묘 계획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아들인 이 박사와 함께 서울 종로 이화장(梨花莊)에 기거하고 있는 조 여사는 “명절이 되면 어머니(프란체스카 여사)가 더욱 그립다”고 했다.

“제가 1970년부터 1992년 타계 때까지 이화장 옆 방에서 모셨습니다. 참으로 검소하셨고, 누구보다도 우리 한국을 너무도 사랑하신 분이셨습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이었으나, 당시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호주댁’이라고 불렀다. “이화장을 개방했을 때 전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호주댁’을 뵙고 싶다고 청하곤 했어요. 한 번은 경상도에서 오신 분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난 호주댁이 아니고 한국댁이야.’”

조 여사는 “아버님, 어머님은 저 세상에서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즐거운 추석을 맞아서 모두들 화목하고 다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위해 국민 성금이 모이고 있는 것과 관련, “진정한 애국심으로 나서주셔서 참으로 고맙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조 여사는 페스탈로치 재단 장학금으로 스위스에서 연수하다 한표욱 전 오스트리아·스위스 대사의 소개로 이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이 전 대통령 일가를 대표해왔다.

조 여사는 지난 1일 이 박사와 함께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4·19 직후 아버님이 부상 학생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이 우셨대요. 내가 맞아야 할 총알을 젊은 학생들이 맞았다고. 제가 당시 운전 기사분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이 박사 부부의 4·19 묘지 참배는 그동안 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다가 이번에 성사됐다. 4·19민주혁명회, 혁명공로자회, 혁명희생자유족회는 이 박사 부부의 참배는 묵인했으나, 이 전 대통령을 용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훈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은 최근 문화일보 기자에게 “응어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게 관련 3단체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인수 박사도, 희생자들도 고령인데, 수십 년 묵은 갈등을 저세상까지 갖고 갈 수는 없지 않겠냐”며 “대화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장 뜻대로만 일을 추진해선 안 되기 때문에 추석 이후에 내부의 강경한 분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내부 조율 작업을 단계적으로 거친 후 이 전 대통령 유족과 만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 여사는 “참 좋은 말씀”이라며 “대화를 통해 화해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남편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저희가 4·19단체를 방문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 단체 대표분들께서 이화장을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조 여사는 “그동안 4·19 단체와의 접점이 없었다”며 “문화일보에서 연결시켜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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