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간첩법·데이터안전법… 내부통제 고삐 죄는 中, 시민들은 ‘부글’[Global Window]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0 09:01
  • 업데이트 2023-10-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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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Global Window - 안보 명분 내세워 잇단 법령 시행

전국민 대상 반간첩법 교육홍보
국가데이터 해외반출 단속 강화
‘민족정신 위배 행위’ 처벌나서

외국기업 직접투자 87% 급감
모호한 규정에 내부서도 반발
“통치체제 유지 수단일뿐”비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중국이 각종 법령 제정 및 시행을 통해 강력한 통제국가로의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을 본격 시행하고, 이전부터 시행했던 데이터안전법 등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시행과 단속에 나서며 시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안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대외적인 방어보단 대내적인 민심 통제와 단속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이 오히려 현 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다 내부 불만만 고조시키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관련 규제 본격적 시행·새로운 법안은 계속 확대 = 중국 국가안전부는 최근 SNS 계정을 통해 “국가 안보는 민족 부흥의 근간이며, 사회 안정은 강성한 국가의 전제조건”이라며 “현재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 모두 색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에 대한 전국민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해당 법령에는 국가 기밀과 관련된 정보 및 물품의 수집·전달·저장·사용·파괴·훼손·조작·판매 등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한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중국은 지난 9월 중국과 관련된 ‘중요 데이터’를 중국 본토에 보관해야 하며 이를 당국의 허가 없이 해외에 반출하거나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데이터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격적 단속에 들어갔다. 그뿐 아니라 최근 발표한 ‘종교 활동 장소에 대한 관리 명령’(19호 명령)을 통해 사원, 수도원, 모스크 등이 중국 민족주의 의식을 강화하는 교육을 실시할 것과 종교활동에 대한 공식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또 9월에는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해당 초안은 “공공장소에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민족 감정에 해를 끼치는 의상 또는 상징물을 착용하거나 착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중화민족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물품이나 기사, 연설 등을 제작·선전·유포하는 행위” 등을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전체회의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바이두 캡처



◇대외보단 국내 통제용, 권력 강화 위한 공포정치 = 관계자들은 최근 중국이 제정·시행하는 법안 대부분이 그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간첩법의 경우 어떤 정보가 단속 대상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자의적 법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안전법에 대해서도 베라 요우로바 유럽연합(EU) 부위원장이 “중요 데이터 등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법에 저촉 가능성이 있는 행위와 절차 완료까지 이르는 시간을 명확히 하지 않는 건 문제”라며 “중국법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우린 그 규정이 명확하고 따르기에 쉽도록 해야 한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치안관리법에도 ‘중화민족의 정신을 손상시키고 감정을 훼손하는’ 복장·물품·행위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안의 시행 및 통제가 대외적인 방어보다 대내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위안화(李元華) 전 서우두(首都)사범대 부교수는 “간첩을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궁극적으로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공산당은 비틀거리는 통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대중에 보내는 메시지는 ‘간첩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과거 문화대혁명 시기 만연했던 상호 감시와 신고의 기억을 간직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신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공안당국은 “국민이 반간첩법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각급 부서가 반간첩 훈련을 실시하고, 관련 정보와 자료를 교육 및 선전 기관에서 통합 관리해야 한다”며 “뉴스·방송·인터넷 등을 총동원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반간첩 홍보와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 감소, 내부 불만도 오히려 고조 =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공산당 최대의 치적인 경제 발전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중국 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안의 모호성 때문에 해외 기업의 중국으로의 투자·진출을 꺼리게 하는 것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의 2분기 대내 직접 투자는 49억 달러(약 6조526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급감했다. 금액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물론 감소 폭도 역대 최대였다.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한 뒤 계속 침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1억 위안(약 180억 원) 이상 투자한 건수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60% 감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보안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중국 투자의 큰 위험 중 하나인 투명성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 같은 법 제정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치안관리법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에 9만9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12만6000여 건의 건의사항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법 개정안에 300∼1300여 명이 의견을 낸 것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또한 차이신은 지난 6월 “중국 전역에서 1000건 이상의 데이터 해외 이전 신청을 받았지만 검토된 건 10건 미만”이라고 전했다. 명확한 검토 기준이 부족해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많은 신청 건수를 처리하기에 당국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라오둥옌(勞東燕)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새로운 치안관리법 개정안이 “행정 집행의 필요를 넘어서고 있으며 시민의 이익과 합법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비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민심 감안 ‘당근책’도… 세금 감면·연차휴가제 등 혜택 확대

■ 中, 내수진작 모색


자국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정책을 시행 중인 중국이지만 한쪽에서는 자국민의 마음을 잡기 위한 ‘당근책’도 내놓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등으로 자국민의 소비를 활성화해 내수 진작을 꾀하고 있는 것인데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적이어서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국 톈진(天津)시와 쓰촨(四川),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장시(江西)성 등은 지난 추석·국경절 연휴 기간 경미한 도로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구두경고 처분만 하기로 하고 벌금, 차량압류 등의 처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명절 기간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여행 심리와 소비 심리를 모두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환영받고 이해받고 마음이 더 따뜻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또 외국인들이 운전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가벼운 위반 등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서도 휴일 소비 촉진을 위해 연차휴가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것과 교체휴가 및 탄력적 휴가제 운영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관광지에서 한 장의 티켓으로 수일 또는 수차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활성화해 여행소비를 촉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바닥까지 내려앉은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주택 매매 시 개인의 증여세 및 소득세를 대폭 감면받을 수 있는 17가지 경우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주택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상당 부분이 면제 또는 할인된다. 니훙(倪虹)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장관)은 국유·민영 부동산 기업 관계자들과 좌담회를 열고 “주택 수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관련 정책을 더욱 확실히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UBS는 “중단된 부동산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신용 지원 등 시장 심리를 더욱 개선할 더 많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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