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1월 단행된 차장·부장검사급(고검검사급) 인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27명에 달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모조리 지방으로 보내 버렸다. 인사권자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강하게 주장해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김 총장이 총장직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인사였다. 당시 법무부는 인사 배경에 대해 “일선의 수사 역량과 경향 간 교류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방 인사’ 원칙은 엘리트 검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동기 중에서 잘 나가는 소수의 검사들은 부장검사급이 되면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근무하고, 일선을 가더라도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 재직 시절 정권에 ‘찍히기’ 전까지는 지방 근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반발 속에서도 2015년 2월 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대부분 지방으로 보냈다. 법무부는 이 인사 후 “형사부·공판부 등 근무 경험이 풍부한 일선 부장들을 대거 발탁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부장검사가 대검으로 가거나 서울중앙지검에 남는 예외가 제법 늘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총장이 퇴임하고 인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2016년 1월 이동을 한 서울중앙지검 26명의 부장검사 중에서 단 한 명만 비수도권으로 발령이 났다.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길 건너’ 대검이나 ‘터널 건너’ 법무부로 갔다. 이른바 ‘횡단보도 인사’의 부활이었다. 법무부는 “경향 각지에서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온 우수 검사들을 다수 발탁해 중앙지검 부장, 법무부·대검 과장, 지청장 등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직전 두 차례 인사에서 부작용이 많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횡단보도 인사는 극에 달했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같이 일하던 차장·부장검사 중 9명을 대검으로 데리고 갔다. 윤 총장과 별도로 정권이 각별히 챙기던 검사들도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보직 관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이런 인사가 이어지다 2019년 9월 논란 속에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은 뜬금없이 형사부·공판부 검사 우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결국 윤 총장 주변 인사 쳐내기를 위한 상황 논리에 불과한 것으로 곧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횡단보도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 횡단보도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줄사표’다.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인사만 있으면 많은 검사들이 조직을 떠났다. 남아 있어 봤자 승진의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있었던 인사를 전후한 시기에도 30명 이상의 검사가 옷을 벗었다.
인사에서 능력과 배려 중 어떤 가치를 중시할지는 때에 따라 정답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가지만 너무 오랫동안 강조하면 큰 문제가 생겨 왔다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을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병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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