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근(맨 오른쪽) 목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딸 이유정(오른쪽 두 번째) 씨, 딸의 이스라엘 친구들과 헌혈을 한 후 음식점에서 피자를 함께 먹고 있다. 이 목사 제공
■ 예루살렘 거주 이강근 목사
“정보강국 이, 방심하다 당해
우리도‘유비무환’교훈 삼아야
아들·딸 모두 여기서 군복무
아들은 한국가서 또 입대 예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근 목사가 예루살렘의 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이 목사 페이스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우리 남북한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정보 강국 이스라엘이 초기 대응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수치스러울 정도로 당했습니다.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설마 그러겠어, 하며 방심하는 순간 당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이강근 목사(59·유대학연구소장)는 25일(현지시간) 이렇게 말했다. SNS와 전화 통화를 통해 만난 그는 첨예한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니 항상 고국을 걱정하게 된다고 했다.
연세대국제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그는 1995년 이스라엘 정부 장학생으로 히브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장로회신학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기도 한 그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아내(이영란 씨·51)와 함께 예루살렘에 정착해 한인교회를 이끌며 한인회장을 맡기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근 목사 가족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감람산교회 카페에서 최근 교회를 방문한 크리스천 한인 교포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불안한 전쟁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밝은 분위기를 지키려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이 목사, 딸 이유정, 아내 이영란, 아들 이헌재 씨. 이 목사 페이스북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그의 아들(이헌재·24)과 딸(이유정·22)은 모두 이스라엘 군대에 들어가 복무를 마쳤다. 군 전역 후 히브리대에서 공부하는 아들은 학업을 마치면 한국 군대에 입대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스라엘과 한국에서 모두 군 복무를 하는 초유의 경우가 된다. “여군으로 복무했던 딸은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군에 복귀해야 하는 예비군입니다. 딸 친구들도 모두 그렇지요. 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하마스는 미워해도 팔레스타인의 아픔에는 공감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여리고 착한 아이들을 보면, 전쟁이 참으로 두렵게 느껴집니다.”
그에 따르면, 예루살렘에 한국인 교포가 450여 명쯤 거주했는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로 절반 이상이 한국으로 철수했다. 한국대사관에서 계속 철수를 권하고 있어서 상황이 악화하면 나머지 교포들도 한국 또는 이웃 국가인 요르단 쪽으로 철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그의 가족 4명은 예루살렘에서 함께 살며 불안한 전쟁 상황을 견디고 있다. “독일 루터교가 운영하는 감람산교회의 교회당을 빌려서 매주 토요일 한인 예배를 드렸습니다. 현재 모든 독일인이 자국으로 철수해서 우리가 교회를 매일 쓰고 있습니다. 독일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던 카페가 있는데, 저희가 주중 4시간씩 운영할까 생각 중입니다. 가끔 여행객들이 교회를 찾아오거든요.”
이 목사는 지난 30년간 성지 순례를 안내해온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가이드 라이선스를 받고 아내와 함께 순례객들을 안내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순례가 막혔다가 겨우 재개됐는데, 이번 사태로 중단됐습니다. 12월까지 모든 팀들이 예약을 취소했어요. 이 상태가 풀리지 않으면 성수기인 봄 순례객들도 취소할 거라고 봅니다.”
그는 최근 병원에서 헌혈을 했다. 전투 부상자들이 늘어서 피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헌혈로 모은 피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람 가리지 않고 제공된다. 물론 무슬림은 비(非)무슬림의 피를 받지 않으려 해서 피의 출처는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예배 때마다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속히 전쟁이 끝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오기를.”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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