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美로의 기나긴 여정… ‘자수종정도병풍’[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10-30 11:33
  • 업데이트 2023-10-30 14:3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김소연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는 19세기 후반경 조선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수종정도병풍(사진)이 소장돼 있다. 종정도(또는 준이종정도)는 중국 고대 청동기의 의례적 기물을 문양으로 그리거나 수놓은 작품이다.

본래 청동기는 상, 주나라 제사의례에서 술과 음식을 담거나, 향로 및 악기로 사용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동기는 연구와 수집, 복제의 대상이 됐고, 잡귀를 쫓는 효능에 대한 믿음이 존재해 더욱 귀하게 취급됐다. 고동기를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은 이를 2차원의 평면에 옮겨 시각화하는 데 이르렀다. 더욱이 종정도에는 기물뿐만 아니라 자세한 설명과 명문까지 그대로 재현됐다. 고(古)동기에는 자손의 복을 기원하고 오래도록 아껴 사용하라는 글이 새겨 있는데, 이와 같은 축원은 이제 이 병풍을 사용하게 되는 존재에게 투영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40점의 청동기를 문양과 명문까지 세심히 수놓았던 장인은 실제 각각의 청동기를 접하고 동일하게 묘사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듯싶다. 주로 명·청대 출간된 금석 연구서의 내용을 충실히 참고했던 것인데, 어두운 비단 바탕에 금빛으로 빛나는 고동기물의 묘사는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이 병풍은 완성도가 높아, 평안남도 안주에서 생산된, 이른바 안주수(安州繡)로 언급되는 고급품이다. 재일교포 역사학자 신기수(辛基秀·1931∼2002) 선생이 소장했으나, 이후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 박물관, 오사카 역사박물관에 차례로 기탁됐고, 2021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소장처를 옮겼다. 2010년 교류전의 일환으로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전시돼 국내 인지도 또한 높은 작품인데, 해외에는 상당한 수량의 종정도병풍이 확인되고 있어 향후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