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아이 37% “‘금쪽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3개월내 진료 27% 뿐[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10:41
  • 업데이트 2024-01-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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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1) 저소득·일반가정 부모·자녀 1473명 설문

36%는 “상담받고 싶다” 응답
28%는 주변서 치료권유 받아
우울감·자해경험 등 두드러져

“자녀, 마음건강 문제 경험해봐”
저소득 55%… 일반가정 46%

정신건강 서비스 장애요인으로
저소득층 50% ‘비용 부담’ 꼽아
전문가 “초기 적극적 지원 필요”


지난해 19세 이하 정신질환(상병코드 F00∼F99) 진료 환자 수가 29만 명에 달한 가운데 저소득가정 아이 10명 중 4명 꼴로 자신을 ‘금쪽이’라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쪽이는 한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과 같은 ‘마음건강’에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저소득가정 부모(보호자)는 이보다 높은 2명 중 1명꼴로 자녀를 금쪽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같은 비율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장애요인으로 ‘비용 문제’를 꼽았다.

27일 문화일보와 초록우산 아동복지연구소가 지난 10월 25일∼11월 6일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저소득가정 아동·청소년 2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37.2%는 ‘나는 내가 금쪽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묻자 ‘부모님이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할 때’가 31.3%로 가장 많았다. ‘나도 모르게 과격한 행동이나 말이 튀어나올 때’(17.5%), ‘가족·친구와 자꾸 싸우게 될 때’(17.5%), ‘슬프고 우울한 마음이 들 때’(1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TV 속 금쪽이를 보면 어떤 감정이 드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42.8%가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2순위는 ‘안타까운 감정’(9.8%)이었다.

금쪽이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이들의 36.7%는 TV 속 금쪽이처럼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 상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의 28.4%는 주변으로부터 마음건강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해서’ ‘엄마, 아빠가 없어서’ ‘성급하고 정리 정돈을 못하는 집중력 문제 때문에’ ‘화가 자주 나서’ ‘별것 아닌 거로 자주 울어서’ ‘자살 시도’ 등을 적었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 ‘28.4%’의 아이들은 나머지 아이들보다 우울감, ADHD 행동 특성, 자해 행동 경험 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저소득가정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건강 상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저소득가정 부모 258명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이들의 절반인 51.2%는 ‘자녀가 금쪽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 48.8%는 자녀가 상담받기를 원했다. 일반가정 부모들과 비교해 볼 때도 높은 수치다. 문화일보와 연구소가 지난 10월 20일∼26일 일반가정 부모 500명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응답률은 각각 37.4%, 43.8%로 저소득가정 부모에 비해 낮았다. ‘지난 1년간 자녀의 마음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 있다’에 응답한 비율도 저소득가정 부모(55.8%)가 일반가정 부모(46.2%) 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속도는 저소득가정이 상대적으로 느렸다. 자녀의 마음건강 문제를 알게 된 후,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는 부모에게 ‘인지부터 진료까지’ 걸린 시간을 물어본 결과, ‘3개월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이 저소득가정은 27.5%인 데 반해 일반가정은 47.9%로 절반에 달했다. ‘1년 초과’ 비율은 각각 30.8%, 22.6%로 저소득가정이 더 높았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데 장애요인(중복 응답)’을 묻는 항목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바로 ‘경제적 압박’이다. 저소득가정과 일반가정 모두 1순위로 ‘치료 기록이 남아서 진학 및 취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봐’(저소득 50.4%, 일반 57.8%)를 꼽았지만, 저소득가정은 2순위로 ‘비용이 많이 들어서’(50.0%)를 꼽은 데 반해 일반가정은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두려움’(47.8%)을 꼽았다. 일반가정의 ‘비용이 많이 들어서’의 선택률은 37.2%로 7개 선택지 중 4순위였다. 저소득가정 2곳 중 1곳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정신건강 상담이나 치료를 주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녀가 정신건강 관련 진단을 받은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는 저소득가정 부모의 32.9%가 ADHD, 우울 장애, 불안 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가정(13.4%)의 두 배 수준이다.

이수진 아동복지연구소 연구조사팀장은 “정신건강 상담이나 치료를 권유받은 저소득가정 아이들은 더 깊은 우울감과 주의력 결핍 문제, 자해 행동의 위험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며 “주변의 관심과 권유가 ‘상담 및 치료 개입’의 시작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저소득가정은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과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들이 적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초기 연계 및 비용 지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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