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농어촌 구하려면 기업들 혁신역량 접목해야[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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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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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한미·한중 등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과정에서 2017년 도입되었다. FTA 체결 시 이익이 예상된 자동차·전자 산업 등 제조업의 피해가 우려된 농어업·농어민을 돕자는 취지였다. 공공기관·민간기업의 출연으로 지금까지 약 220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되었다. 법정 용도인 농어촌 교육·장학사업, 복지, 지역개발, 공동 협력사업 등에 사용되어 의료 지원, 신재생에너지 공급, 농수산물 저장 창고 설치, 치어 방류 등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우선 FTA 체결국에 대한 우리 제조업의 이익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예로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몇 년째 1% 미만이다. 자동차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진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편 농수산물 수출은 김·배·유자·전복 등 여러 품목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액 120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수출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조 추세다. 정부가 2021년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 실정에도 맞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농어촌 상생 활동 평가가 포함된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농어촌 ESG 실천 인정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서 농협·롯데제과 등 자율적으로 참여한 기업 23곳이 실천 인정을 받았다. 앞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농업 분야 지속가능성 평가 등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도록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무역이익 공유나 농어촌 ESG보다 더 중차대한 과제가 있다. 합계 출산율 0.78명의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는 농어촌에서 가장 심각하다. 인구 2만∼3만 명대 기초지자체에서 한 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의 10배에 달하는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농어촌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소멸된 다음 농어촌 ESG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지방 소멸 위기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기금이 활용된 경남 함양 서하면으로의 청년인구 유입,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워케이션 사업 등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여전히 기금조성액이 법정 목표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FTA로 이득을 보는 기업을 조사하여 기금을 출연하도록 하는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별기업의 국가별 수출 실적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파악하기 곤란하고, FTA로 인한 수출 효과만 분리하기 어렵다. 기금 출연을 강제할 수도 없다. 정치권의 요구가 기금 설치 당시 논리에 고착된 철 지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국내외 환경변화를 감안하여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지방 소멸, 지속 가능한 농어업, 상시화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식량 안보 등의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 농어업, 농어촌에도 세계적 수준인 우리 기업들의 혁신 역량이 접목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역할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기금 출연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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