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는 인류에게 새 담론 제시할 거대한 흐름”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8 11:43
  • 업데이트 2023-11-28 11:5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명철 교수가 지난해 키르기스스탄 이식쿨호 촐폰아타 암각화를 살펴보고 있다. 실크로드 경유지인 이 지역엔 청동기, 스키타이, 투르크 문화가 섞여 있다. 8세기엔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수 고선지가 지나가기도 했다. 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 제공



■ 해륙사관 담은 책 출간한
윤명철 사마르칸트大교수

“中역사서, 고구려춤 정상급 인정
호선무· 검무· 자지무 등 다양
악기· 복장 다채롭기 그지없어

고구려, 백제와 해양활동 왕성
고려, 국제해상무역 발달시켜
中과 경쟁하려면 해양력 필수”


뗏목 타고 바다를 떠도는 사나이. 역사학자인 윤명철(69)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대 교수는 이렇게 불린다. 탐험가이기도 한 그는 1983년 대한해협을 뗏목으로 건넜다. 1996년부터는 이른바 황해문화 뗏목 학술탐사를 했다. 1996년에는 중국 저장성에서 산둥성 지산까지 갔고, 이듬해엔 저장성에서 흑산도를 거쳐 인천에 도착했다. 2003년엔 저장성에서 인천에 간 다음 다시 제주도를 거쳐 일본 규슈의 나루시마까지 갔다.

그가 이렇게 탐험을 한 것은 한국 역사 속 해양 활동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구려가 만주 대륙을 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백제와 함께 해양으로 뻗어 나가려 했으며, 그 정신을 이어받은 고려가 국제 해상 무역을 발달시켰다는 것이 윤 교수 주장이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은 이른바 해륙사관(海陸史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마르칸트대 방학을 이용해 귀국한 그는 27일 해륙사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역사의 무대를 대륙, 해양을 포함하는 권역으로 인식해서 일제강점기에 주입된 반도 사관을 극복하고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시야를 갖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학계는 우리 역사 속 해양능력을 간과했으나, 이제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등 해양 세력과 연대해 패권을 지향하는 중국 등 대륙 세력과 경쟁하려면 해양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인류가 기후 환경 위기 등으로 새로운 문명을 갈구하는 시점에서 우리 고대 역사가 새로운 사상, 공간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조선(原朝鮮·단군, 기자, 위만조선을 거치는 고조선)과 고구려 전성기에 농경·유목문화가어우러진 것, 중앙아시아 등과 교류하며 동서남북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생태 환경을 이룬 것 등이 오늘의 세상에 주는 함의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 퇴임한 후 우즈베키스탄 국립대인 사마르칸트대 초청을 받아 작년 6월부터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주변 국가와 지역을 탐방하며 한민족의 역사 흔적을 찾아왔다. “고려와의 3차 전쟁 패배를 계기로 멸망한 거란, 즉 요나라 유민들이 사마르칸트 근처에서 살고있다는 것을 최근 확인했습니다. 단순히 사료만 탐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장을 끊임없이 탐사해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는 지난 2월 미국 예일대 초청을 받아 한국사 특강을 펼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목, 농경 문화가 어우러진 한민족의 ‘모스테빌리티(Mostability·안정가동성) 컬처’를 설명함으로써 미국 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K-컬처를 웨이브(Wave·물결)가 아닌 플로(Flow·흐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 문명의 새 담론을 제시하는 수준으로까지 가는 거대한 흐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 문화의 재가공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그걸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 사상의 원형을 복원하고 활용하는 예술 단계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구려의 춤은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에서 당대 최고 수준으로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호선무(胡旋舞), 검무(劍舞), 자지무(柘枝舞) 등 다양합니다. 악기와 복장도 다채롭기 그지없습니다. 고구려의 자연관, 인간관을 재해석하면 오늘의 인류에게 새 담론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