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ELS 대형 손실…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금지 검토할 때[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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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를 토대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3조∼4조 원대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2021년 판매할 당시 1만2000대였던 홍콩H지수가 최근 5800대로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은행 창구에서 ELS를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했다. ELS는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만기 때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위험한 파생상품이다. 이 원장은 가입자의 25%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드러남에 따라 고객의 재산 상황이나 투자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상품을 팔았거나 권유했을 경우 강도 높은 제재를 시사했다.

이번 홍콩발 ELS 사태도 불완전판매와 뒷북 감독의 합작품이다. 투자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상품 투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은행들은 수수료를 챙기려고 판매 경쟁을 벌이고, 창구 직원들이 아무리 ELS나 DLF(파생결합증권) 같은 상품을 설명해도 고객들이 이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예금자 보호 장치도 없어 원금 손실이 나면 집단 시위가 벌어지기 일쑤다. 판매 과정 녹취와 계약서 자필 서명 의무화도 결국 은행과 직원들의 면피용일 뿐이다.

금감원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일반적 투자 실패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비고유 업무에서 피해자를 양산하는 관행을 계속 허용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외환옵션상품 대란이던 키코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같은 사모 펀드 사건,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결국 금융사 CEO가 중징계를 받고 고객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총량 규제를 넘어 아예 전면 금지하는 방안까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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