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탄핵안 복붙, 野 ‘묻지 마 탄핵’ 본색 보여준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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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탄핵소추안’의 복붙(복사해 붙이기) 소동은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 힘든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한 공직자 파면의 실현보다 다수 의석을 이용한 직무정지에 더 관심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고 다른 탄핵소추안 주문(主文)을 복사해서 옮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이동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재(再)제출했다. 고민정 등 소속 의원 168인이 참여했지만, 맨 앞의 주문에는 ‘헌법 제65조, 국회법 제130조 및 검찰청법 제37조의 규정에 의해’라고 돼 있었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다음 날 이를 철회하고 법안명을 고쳐 다시 제출했다.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탄핵안을 ‘묻지 마’ 식으로 남용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초 처리 절차부터 위헌 소지가 컸다. 탄핵안은 지난 9일 국회법상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보고 절차가 끝났다. 후속 본회의를 열지 못하게 되자 철회를 신청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결재해주는 바람에 재발의가 가능해졌다. 국회법 농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제가 된 법안의 철회는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김 의장이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기국회 내 재상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근거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국회법 해당 조항이 안건 상정 절차를 따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회의 보고로 정식 의제가 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은 의석을 앞세워 무조건 1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당장 김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1일 본회의 일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 의결(헌법 제54조)을 가정한 것인 만큼, 예산안이 상정되지 않으면 김 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해선 안 된다. 헌재 역시 무도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정을 가능한 한 신속히 내려 헌법 훼손을 막아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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