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의 도자 버전[그림 에세이]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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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일, 가지 않은 길, 지름 51㎝, 도자, 2023.



이재언 미술평론가

지구의 평균 자전 속도는 시속 1600㎞,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8000㎞라 한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광속의 움직임에 유일하게 적응해 사는 것이 우리 한국인인 것 같다. 숨 가쁘게 휘몰아치듯 살아온 덕에 오늘이 있다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너마저도 그리 바쁘게 움직였던 거냐?” 김수일의 도자 접시에 등장한 돌멩이 하나를 보고 반색한다. 표현된 문제의 도상이 알쏭달쏭한 물음을 던지며 초월적 서사로 초대하고 있다. 패각류처럼 생긴 돌멩이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면서 내면의 여유와 자유를 잃은 동시대인들을 향해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구와 많은 점이 오버랩 된다. ‘남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던’ 것이 작가에게는 전통 도자의 길이다. 흙과 불이 점지해 주는 만큼의 성취를 최선으로 여기며 수행에 정진해 왔다. 종교와는 또 다른 유의 경지가 엿보인다. 수행만큼 자유로워진 내면이 우주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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