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디는 ‘집밥’ 한 상을 건네는, 신민아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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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신민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겨울을 견디는 ‘집밥’ 한 상을 건네는, 신민아



장독대에서 잘 익은 김치 한 포기를 꺼내 능숙하게 썩썩 썬다. 스팸을 듬성듬성 덜어 넣고 보글보글 끓이자 스팸 김치찌개가 뚝딱 완성된다.

고명을 맛깔스럽게 배치한 후 잘 우려낸 국물을 부어 국수를 낸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네 어른들이 어느새 둘러앉아 깨끗이 비운다.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6일 개봉) 속 허기를 부추기는 장면이다. 이 요리는 주인공 진주를 연기하는 배우 신민아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꽤 능숙하다. 거침이 없다. 하늘에서 3일의 휴가를 받고 내려와 이를 지켜보던 엄마 복자(김해숙 분)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흐뭇하게 바라볼 만하다. ‘로코퀸’(로맨틱코미디의 여왕), ‘CF퀸’이라고 불리는 신민아가 이질감없이 녹아든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의 빈 공간을 꽉 채우기 충분하다.

"보편적인 감정이 담긴 이야기인데, 참 따뜻했어요. 엄마나 가족,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감정이 어떨까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정감있는 음식도 등장하는 것도 참 좋았고요."

‘3일의 휴가’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엄마’라는 단어는 일종의 눈물 버튼이다. 하지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 말을 걸 수도 닿을 수도 없이 진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엄마,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도식적이라기 보다는 정석에 가깝다. 그래서 힘이 있다. 하루를 버티게 하는 든든한 ‘집밥’과도 같다.

"엄마와 딸은 가장 가까운 관계죠. 엄마가 돌아가시고 후회하게 지점에 특히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회상 장면에서 진주가 살갑지 않은 말투로 ‘엄마 왜 그렇게 왜 숨을 쉬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참 슬펐어요. 진짜 속내와는 다르게 툭 내뱉는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하죠.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실제 딸로서 신민아요? 저는 엄마의 안부를 자주 묻고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에요.(웃음)"

최근 신민아는 내면에 방점을 찍는 연기가 자주 도전했다. 영화 ‘디바’는 심리 묘사가 디테일한 스릴러였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이혼녀였다. 그리고 ‘3일의 휴가’에서는 공황장애를 겪는다. 이를 담담히 이겨내는 그의 연기는 모나지 않았다. 일상에 가깝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

"감기에 안 걸려본 사람은 없잖아요. 감기 기운이 찾아오듯, 삶에는 예상치 못한 이들이 일어나잖아요. 너무 힘들고, 우울하다고 느끼죠. 하지만 그걸 ‘당연하다’고 느끼면 어느 순간 견뎌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이 영화 속 진주 역시 ‘아파야 할 시점이구나’라고 받아들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더 밝아진 것 같아요. ‘살려고’ 밝아졌어요.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인데, 나름의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3일의 휴가’는 신민아의 3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스타’로 시작해 ‘배우’로 옮겨가는 그의 행보에서 적절한 한 조각이다. 10대 때 패션모델로 연예계의 첫 발을 내디딘 후 단숨에 주연배우로 발돋움한 신민아는 2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열정’을 꼽았다. 그리고 그 열정은 여전하다. 그래서 그는 40대를 여는 지금 이 순간, 주저함이 없다.

"30대를 맞이할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좋아요. 이만큼 잘 견뎌온 스스로가 대견하고, 그만큼 편안해졌어요. ‘여유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40이라는 숫자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아요. 결국 열정이 저를 지탱해주는 것 같아요. ‘3일의 휴가’를 함께하며 지금도 전성기인 김해숙 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 작품에 임할 때, 많은 사람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으며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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