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악용하며 고속철로 화합하자는 정치권 궤변[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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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261명이 발의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에 급제동이 걸렸다. 대구∼광주 복선 고속철 프로젝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이 법안은 포퓰리즘 비판 여론에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5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청회 등도 거치기로 했다.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일단 다행이다.

당초 4조5000억 원이던 이 사업의 비용은 고속철로 바뀌면서 1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대구∼광주 고속도로도 하루 통행량이 2만2322대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여야 의원들이 정부 동의 없이 달빛고속철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 때 조사한 비용 대비 편익마저 기준치(1.0)의 절반에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한데도 여야는 “경제성보다 지역화합이 중요하다”고 우겼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 의미가 크다”며 여전히 연내 통과를 고집하고 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명칭에서 ‘고속’을 빼고 ‘광주대구철도’로 바꿨지만,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사업비는 8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감정을 악용해 갈라치기 해온 기존 정치인들이 고속철 하나 건설해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건 궤변”이라고 한다. 툭 하면 광주나 대구로 달려가 지역 정서에 매달리는 정치권 행태를 볼 때, 일리 있는 지적이다. 포퓰리즘은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다. 달빛고속철이나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등 예타를 무력화하는 법안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중단하는 게 옳다. 내년 예산안 처리는 이미 헌법 시한을 넘겼고, 정기국회 회기 종료도 코앞이다. 막판 무더기 안건에 포함돼 은근슬쩍 처리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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