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숙성 거쳐 담백하고 쫀득… 어머니 손맛 같은 ‘그 시절 찐빵’[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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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횡성 안흥찐빵

막걸리로 반죽해 촉촉한 식감
현지재배한 팥 오랜시간 삶아
얼렸다 녹여도 맛은 ‘그대로’


횡성=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겨울은 찐빵의 계절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가장 먼저 찐빵이 생각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찜기에서 바로 꺼낸 찐빵을 한입 베어 물면 빵의 쫀득한 식감과 달콤한 팥소의 맛이 추억을 소환한다.

찐빵 하면 ‘안흥’이 떠오른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는 ‘안흥찐빵마을’이 있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전통 방식대로 찐빵(사진)을 만든다. 막걸리로 밀가루를 반죽한 후 1차 숙성하고, 빵 모양을 빚어 2차 숙성한 후 추가 숙성까지 한다.

3단계 숙성 과정을 거쳐 발효가 잘된 찐빵은 수분 함량이 증가해 오랫동안 최상의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안흥은 찐빵을 만들기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안흥면을 가로지르는 주천강은 ‘술샘’으로 불린다. 강이 적당한 습기를 제공하는 이 마을은 예부터 술과 각종 발효 음식이 맛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또 이 마을 경작면적 중 72%가 밭이어서 품질 좋은 팥이 많이 나온다.

이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팥으로 만들어야 ‘안흥찐빵’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팥은 돌을 고르는 것부터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해 갈지 않고 원형 그대로 솥에서 장시간 삶은 후 졸여내 찐빵 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팥소는 많이 달지 않아 물리지 않고 여러 개를 먹을 수 있다. 이렇듯 담백한 맛의 안흥찐빵을 먹어본 사람들은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맛이라고 표현한다.

안흥찐빵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지리적인 이유도 한몫했다. 안흥은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전 서울∼강릉을 오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중간 지점이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흥찐빵은 이동 중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음식이었다. 이후 농민들의 새참거리와 간식으로 인기를 얻으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며 삶의 여유를 갖게 되자 고향의 정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지역 대표 전통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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