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 주제에 자유로운 상상력까지… 옛 것이 새롭게 뜬다 ‘新사극시대’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1 09:05
  • 업데이트 2023-1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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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의 화려한 부활

강감찬 이야기 ‘고려거란전쟁’
OTT 타고 해외서도 인기몰이
과거·현대 오가는 ‘열녀박씨…’
PPL 가능해 제작비 고민 해결

“뻔한 현대극에 지친 시청자들
새로운 볼거리 사극 다시찾아”


다시 사극이다. 한때 높은 제작비에 비해 미미한 반응 때문에 “가성비가 낮다”며 외면받던 사극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슈룹’ 등으로 이어진 사극 인기는 드라마 ‘연인’을 거쳐 현재 방영 중인 ‘고려거란전쟁’의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우씨왕후’ ‘환상연가’ 등 신작 사극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사극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사극의 부활은 ‘팩션’ ‘퓨전 사극’이라는 영역이 갖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함께 사극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적인 콘텐츠를 즐기려는 글로벌 이용자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증과 상상 사이

세계 시장을 먼저 두드린 장르는 퓨전 사극이다. 넷플릭스 성공 시대를 연 ‘킹덤’이 대표적이다. 한국형 좀비물의 신기원을 연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복식까지 각광을 받았다. 주인공이 쓰고 나온 갓은 외국에서 ‘갓’(god)으로 불리며 한국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젊은 배우들의 존재도 해외 팬덤을 끌어들였다. 보이그룹 2PM의 멤버 준호가 참여한 ‘옷소매 붉은 끝동’을 비롯해 역시 아이돌 그룹 출신 황민현, 박형식 등이 출연한 ‘환혼’ ‘청춘월담’ 등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어 명맥이 끊긴 정통 사극도 다시 등장했다. 2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KBS 2TV ‘고려거란전쟁’은 현재 8%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거란과의 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과 총사령관 강감찬 이야기로 최근 ‘흥화진 전투’를 그리며 국궁과 검차 등 전통적인 전투 방식을 고증해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방송된 MBC ‘연인’ 역시 병자호란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복식은 물론 지금은 고어가 된 만주어를 사용하는 등 고증에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연출을 맡은 김성용 PD는 “퓨전 사극이나 판타지물에서 봤음 직한 미술로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현실감을 반영할 수 없을 것 같아 ‘진짜를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고, 이진희 의상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뒤로 보이는 민복 등 보조출연 의상까지 1년간 2000벌 정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극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런 흐름을 더욱더 부추긴다.

◇사극, 왜 다시 제작되나?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제작비가 높다. 세트와 의상 제작비가 높은 데다 세트는 주로 지방에 짓기 때문에 이동 시간도 길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돼 스태프의 일일 노동시간이 짧아지면서 제작 기간이 길어진 만큼 제작비 역시 상승하는 구조다. 게다가 사극엔 PPL(제품 간접광고)을 넣기 어렵다. 현대극에 필수적으로 나오는 자동차, 휴대폰, 액세서리와 의상 협찬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퓨전 사극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돌파구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ENA ‘낮에 뜨는 달’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타임슬립물이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19세기 여성과 21세기 남성의 계약 결혼을 그리고, ‘낮에 뜨는 달’은 신라와 현대를 오간다. 현대 장면에선 PPL이 가능해 제작비 수급이 수월해진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해외 OTT 플랫폼이 사극을 반기고 있다. 해외 팬들이 한국적 이야기를 담은 사극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글로벌 인기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정통 사극인 ‘고려거란전쟁’과 팩션 사극인 ‘혼례대첩’ 모두 KBS와 동시에 공개하고 있는데, ‘고려거란전쟁’은 넷플릭스에서 일간 랭킹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동소이한 현대극에 지친 시청자들이 새로운 볼거리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사극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해외 팬들이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완성도 높은 사극에 관심을 보이는 것 역시 사극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라며 “OTT를 타고 사극의 소비층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제작비 수급도 상대적으로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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