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내가 죽이면 로맨스, 남이 죽이면 불륜’… ‘쏘우X’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4 09:58
  • 업데이트 2023-12-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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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쏘우 X’의 한 장면.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주 영화는 개봉하고, 잠재적 관객들은 영화관에 갈지 고민합니다.
[영화감]은 정보는 쏟아지는데, 어떤 얘길 믿을지 막막한 세상에서 영화 담당 기자가 살포시 제시하는 영화 큐레이션입니다. ‘그 영화 보러 가, 말아’란 고민에 시사회에서 먼저 감 잡은 기자가 ‘감’ ‘안 감’으로 답을 제안해볼까 합니다. 매주 연재됩니다.


영화 ‘쏘우X’(13일 개봉)는 영리합니다. 수준 이하였던 후속편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쏘우’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 존 크레이머(토빈 벨), 일명 ‘직쏘’에게 서사를 집중했기 때문이죠. 시점도 ‘쏘우1’과 ‘쏘우2’ 사이라서 굳이 후속편을 보지 않아도 지장이 없습니다.

숨돌릴 겸 간략한 줄거리 들어갑니다. 뇌암 환자인 존은 의사의 시한부 선고에 절망하던 중 암 환자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기적의 치료법에 대해 듣게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멕시코까지 가서 수술을 받죠. 그렇지만 모든 게 사기였단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순간부터 인자했던 존은 무자비한 직쏘로 변모합니다.

영화는 시한부 뇌암 환자지만 생의 ‘희망’을 품고 있는 존이란 사람이 왜 죽음의 살육 게임을 설계하게 됐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합니다. 직쏘 씨, 이런 ‘피의 게임’은 왜 하시는건가요?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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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대답하자면, 존은 사기 당해서 피의 게임을 설계합니다. 너무 단순화 했나요. 영화가 바라는 정답은 존이 가진 ‘생의 희망’이 짓밟혀서 입니다. 그리고 자신뿐 아니라 많은 시한부 환자들의 희망을 이들이 짓밟았기 때문이죠. 존은 자신이 게임에 강제 참가시킨 사기꾼 일당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죽어가는 사람들한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을 약속했지만, 앗아갔다. 이건 보복이 아니라 너희의 각성을 위한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너희는 혼나도 싸다’라는 얘기입니다. ‘정의 구현’이라는 논리죠. 1편과 달리 존은 참가자들을 죽인 건 자신이 아니고, 그들의 선택이라고 줄기차게 강변합니다. 존에겐 살인자가 아닌 심판자,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구원자란 프레임이 씌워집니다.

그런데 저는 존의 행동에 대한 과도한 합리화가 존을 ‘내로남불’이자 ‘부조리’한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존에게 사기 친 일당들은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거나, 머리를 갈라 뇌 조직을 자르거나, 방사능을 맞으며 손목과 발목을 부러뜨려야 합니다. 사기에 참여한 죗값으로 사지 절단은 너무 큰 것 아닌가요. 이들은 게임을 통과해도 제대로 살아가긴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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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일당 중 한 명은 영화에서 그나마 착한 사람이란 설정인데요.(수술 전 존에게 데킬라를 선물로 준다든지, 착한 미소를 짓는다든지..) 이 캐릭터는 저 끔찍한 게임을 통과합니다. 존은 게임에 통과한 그녀는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얼른 치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그녀는 죽고 말죠. 그때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존의 얼굴을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잡습니다. 방금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만신창이가 될 땐 의연하던 존은 자신의 게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녀가 죽자 세상 잃은 것처럼 슬퍼합니다. 이런 존의 모습을 휴머니즘으로 포장하는 건 부조리에 가까운 것 아닐까요. ‘내가 죽이면 로맨스, 남이 죽이면 불륜’이란 태도 입니다.

존은 참가자들의 살고자 하는 자유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줄톱(반가운 살육 도구!)으로 다리를 자르면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그 피가 할당량을 채우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대체로 참가자들은 머뭇거리다 결국 게임에 참여하고, 머뭇거린 동안 허비한 시간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죽습니다. “그 정도 의지론 살 가치가 없다”는 게 존의 논리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참가자들의 생의 의지에 놀라게 됩니다. 아무리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있다지만 스스로 다리를 자르고, 머리를 잘라 뇌 조직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삼국지’의 관우도 화타 선생의 도움을 받았기에 바둑을 둘 수 있었지, 혼자선 어렵지 않았을까요.

또 영화엔 존의 도덕적 우월성을 지켜주기 위해 반전이란 형태의 여러가지 부차적 설정이 덧붙여집니다. 나쁜 놈 옆에 나쁜 놈을 붙여서 덜 나쁜 놈으로 만드는 편의적인 방식이 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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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시리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고어의 리얼한 묘사는 영화의 미덕입니다. 특히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지방이 나온다는 설정은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사람의 내장이 저렇게 길구나’하는 감탄도 나올 수 있습니다. 팔, 다리를 자른다고 바로 죽진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직접 해보진 못 할) 지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덜 잔인해진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이죠. ‘내가 정의다’란 도덕관념을 쫙 뺀 보다 순수한 살육 게임을 기다려봅니다.


<제 결론은요> ‘안 감’

천하의 직쏘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잔인함 ★★★☆
개연성 ★
내로남불 ★★★★
종합 ★★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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