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뚫고 부활한 삼손처럼… 음악가로 재기하려는 열정 담아[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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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

‘메시아’에 비견되는 걸작
성경속 삼손 이야기 바탕
기쁘고 희망 넘치는 음색
다이애나비 결혼때 축가로

헨델은 42세에 영국으로 귀화해 소위 오페라로 작곡가로서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와 점점 시들어가는 이탈리아풍 오페라의 인기, 그에 따른 재정적 압박과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는 차츰 그를 병들게 했다. 52세가 되던 해 헨델은 결국 뇌졸중 증세를 겪게 되며 오른손 중 네 손가락이나 까딱할 수조차 없게 되는 마비증세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헨델은 온천치료와 함께 불굴의 의지로 다시금 작곡가로 재기하게 되는데, 다시금 그를 일으켜 세운 장르는 오페라가 아닌 오라토리오(종교음악극)였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오라토리오 ‘삼손’이다.

‘메시아’와 함께 헨델의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 중 하나인 ‘삼손’은 구약성경 사사기에 등장하는 ‘머리카락을 잃으면 힘도 잃게 되는 괴력의 사나이’ 삼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 유명한 ‘실낙원’의 작가 존 밀턴(1608∼1674)의 시 ‘투사 삼손’(Samson Agonistes)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삼손이 적에게 붙잡혀 머리카락을 잘리고 두 눈까지 뽑힌 이후 모든 힘을 잃게 돼 신에게 귀의하여 오로지 신에게만 의지하는 삼손의 이야기로, 당시 모든 부와 인기를 잃었던 헨델이 종교음악극인 오라토리오로서 다시금 음악가로 부활하고자 소망했던 개인적 서사와 닮아 있기도 하다.

헨델은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완성한 직후 곧바로 작곡에 매진해 1741년 10월에 ‘삼손’의 초안을 완성하고 그 이듬해인 1742년 10월 12일에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시켰다.

오라토리오 ‘삼손’은 성경이 지닌 신앙적인 메시지 외에도 삼손이라는 인물이 지닌 서사인 역경과 고통, 극복과 승리를 담아낸 걸작 중의 걸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삼손은 긴 머리칼에서 힘이 나오는 괴력의 장사인데 적에게 사로잡혀 그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을 잘리고 거기에 두 눈까지 뽑혀 지하 감옥에 갇혀 방아를 돌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삼손은 고통과 역경 속에서 신에게 회개하고, 기도를 통해 산산이 부서졌던 진정한 힘인 내면의 강인함을 차츰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교도들의 축제날에 쇠사슬에 묶여 짐승처럼 광장에 끌려 나온 삼손은 신을 향해 ‘나에게 마지막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간절한 소망의 기도는 이뤄져 삼손은 다시금 엄청난 괴력을 찾게 되고, 신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힘으로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려 그곳에 모여 있던, 자신을 학대하고 핍박했던 모든 이교도와 함께 신전의 폐허 속에 함께 묻히며 숨을 거둔다.

삼손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삼손의 고향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때 삼손의 아버지가 앞에 나서 삼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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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 영웅적인 숭고한 죽음이었다고 말하며 오히려 동포들을 위로한다.

오라토리오 ‘삼손’이 성경의 내용을 다룬 이야기라 하여 그 음악적 내용이 자칫 따분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삼손에 등장하는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 ‘빛나는 세라핌(Let the bright seraphim)’은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축가로 불렸을 만큼 음악은 기쁨과 환희,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삼손’ 중 ‘빛나는 세라핌’

뉴질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키리 테카나와(1944∼)가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축가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왕의 악기라고도 불리는 위풍당당한 음색의 트럼펫이 반주를 맡아 소프라노와 함께 힘차고도 따듯한 음색을 주고받으며 어둠과 좌절을 가르고 빛과 희망을 퍼뜨리듯 찬연하게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