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 강아지로 암흑세계 주무르며 여장하는 이 남자…‘도그맨’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5 13:46
  • 업데이트 2024-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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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도그맨’에서 더글러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분장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며 희열을 느낀다. 앳나인필름 제공



매주 영화는 개봉하고, 잠재적 관객들은 영화관에 갈지 고민합니다.
[영화감]은 정보는 쏟아지는데, 어떤 얘길 믿을지 막막한 세상에서 영화 담당 기자가 살포시 제시하는 영화 큐레이션입니다. ‘그 영화 보러 가, 말아’란 고민에 시사회에서 먼저 감 잡은 기자가 ‘감’ ‘안 감’으로 답을 제안해볼까 합니다. 매주 연재됩니다.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24일 개봉)에는 개가 124마리 나옵니다. 감독은 “촬영 현장이 난장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결과물 역시 이렇다 할 근거 없이 이것저것 뒤섞인 난장판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가정에서 학대받은 더글러스(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강아지와 교감하며, 강아지를 통해 모든 일을 해결하는 ‘도그맨’이 돼 고통받은 자신과 세상의 강아지들을 구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글러스는 분장을 통해 타인이 됨으로써 행복을 느낍니다. 그가 드랙퀸으로 분장해 캬바레에서 쇼를 하는 직업을 갖고, 평소에도 이를 즐겨 하는 이유가 되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앳나인필름 제공



줄거리나 인물 설정만으로 연상되는 영화가 몇 가지는 됩니다. 이를테면 ‘도그맨’은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조커’와 비슷합니다. 착한 아이였지만, 외적인 이유로 절망에 빠지게 된 사회부적응자이고, 분장을 즐기며, 분노가 폭발하며 내면이 깨어난다는 특성 모두 닮았습니다. 강아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선 엠마 스톤 주연의 ‘크루엘라’가 연상됩니다.

금발 가발을 쓰고 빨간 립스틱을 칠한 더글러스의 퀴어 분장은 ‘헤드윅’을 포함한 많은 영화에서 익히 봤을 법한 비주얼이에요. 더글러스가 여장을 한 채 에디트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d rien)’를 부르는 대목은 주인공이 가진 내면의 고독과 슬픔이 절절히 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지만, 립싱크가 티나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거슬러 올라가 그저 강아지를 좋아하던 소극적 아이였던 더글러스가 ‘흑화’하는 이유도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성이 실은 진작 결혼했음을 알게 되면서 더글러스는 강아지들이 갇힌 유기견 보호소에서 울부짖으며 폭력성을 분출합니다. 그날 이후 더글러스는 강아지와 암흑 생활을 시작하죠.

구치소에 갇힌 더글러스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삶의 행적을 고백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는 낡고 평이합니다. 정신질환자를 다룬 영화에서 수없이 되풀이 된 이야기 방식이죠. 개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악당들은 대개 강아지를 싫어합니다.

영화 말미 악당을 물리치고, 개들과 함께 안식을 취하는 더글러스의 모습은 십자가를 진 예수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굳이 성당 근처까지 가서 바닥에 들이눕는데, 딱 성당 십자가의 그림자가 더글러스와 겹치거든요. ‘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했던 예수처럼 더글러스는 ‘수고하고 짐 진 개들아 다 내게로 오라’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영화엔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프랑스 시인 라마르틴의 격언이 인용되는데요. 베송 감독은 화상 인터뷰에서 이 격언을 인용하며 “그렇다면 신은 개인가?”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감독은 농담이었다지만, 영화를 보면 단순히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정우 기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도그맨’의 한 장면. 앳나인필름 제공



<제 결론은요> ‘안 감’

여기저기서 본 듯한 것들이 뒤섞인 난장판.



재미 ★★
감동 ★★
연기 ★★★☆
작위성 ★★★★
종합점수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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