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 확인된 사법농단, 누가 책임지나[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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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의혹의 핵심은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의혹은, 대법원이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민감한 정치적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하면서 판결의 향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설립 추진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를 끌어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의혹은, 요주의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이들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반년 정도 지나 기소가 시작됐다. 그중 2018년 11월에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 5일 있었다. 일부 유죄 결론도 있었지만, 재판 개입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1심 선고도 무죄로 나왔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6명에 대한 무죄는 이미 확정됐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자신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검찰의 고위 간부가 사건 담당 검사에게 수사를 중단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하면 직권남용이 된다. 검찰의 경우 상급자가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서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한다. 법관은 그 누구의 지휘나 감독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관에겐 다른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직권남용이 될 수가 없다. 또,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문서들은 어느 기관에나 있는 통상적 인사자료 수준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해 판결 선고를 못하게 막았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해당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는 결론 나지 않다가,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중에 선고가 이뤄졌다. 그냥 재판이 지연됐다고 볼 수도 있고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볼 여지도 있다. 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시작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김명수 대법원이 재판에 개입해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법농단 의혹이 침소봉대되는 가운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해 정계로 진출한 판사들도 있다.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폭로하거나 자신이 그 피해자라고 양심선언 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의 눈에 들어 영입됐던 인사들이다. 이제 재판개입이나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허구였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판사 3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특권을 누린 일은 이미 과거가 되고 있다.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므로 대법원장이라 해도 구체적인 사건 판결에 개입하긴 어렵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배당함으로써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판사도 법원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법을 왜곡하는 일은 유독 좌파 진영에서 애호하고, 자신들이 그런 짓을 할 때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하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옳고 수단의 불법성은 다 정당화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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