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소양 키우는 ‘읽·걷·쓰’… 학교 넘어 도심 속 일상에 스며들다[로컬인사이드]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3 09:03
  • 업데이트 2024-02-13 09:04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인천교육공동체 학생 대표와 학부모, 시민이 함께 ‘읽·걷·쓰’ 운동의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 인천시교육청 역점사업

걷기동아리-도서관-서점 연계
캠페인 통해 1만여명 책 펴내
시민 62.4% “직접 참여 원해”

어린독자에 작가와 만남 제공
‘30만 저자 만들기’적극 지원
다채로운 독서문화 행사 추진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읽·걷·쓰가 뭐∼야?”

지난해부터 인천시교육청이 ‘인문학 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며 추진해온 읽걷쓰 운동의 캠페인 송 첫 소절이다. 읽걷쓰는 ‘읽기·걷기·쓰기’의 줄임말로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심어주겠다며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이 공들이는 역점 사업이다. 읽기는 책을 읽고 영화·문화재를 보는 등 세상을 읽고 배우는 것, 걷기는 주변의 길을 걷거나 여행하며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인천 지역 395개 도서관과 94개의 서점, 그리고 동네마다 활성화된 걷기 동아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구축됐다. 누구나 자기 SNS에 그날 활동을 기록하고 ‘#읽걷쓰’ 해시태그를 달아 참여할 수 있다. 지난 한 해에만 학생 9844명과 학부모 238명, 교직원 455명, 일반 시민 496명이 참여했다. 또 읽걷쓰 운동을 통해 책을 낸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저자만 1만1033명에 달했다. 최근 시교육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인천 시민 70.4%는 읽걷쓰를 이해 하고 있으며, 62.4%는 직접 참여를 원하는 것으로 답했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의 일상에 읽걷쓰가 스며들고 있다.

◇책으로 시작하는 학교생활 =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답을 주는 시대에 읽걷쓰는 자기 생각을 갖고 실천하기 위한 필수 능력이다. 읽걷쓰를 정책 브랜드화한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학교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낭랑그림책’ 사업도 그중 하나다.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과 낭독공연, 다양한 체험활동이 학급 단위로 제공된다. 이를 통해 어린이 독자는 가까이서 작가와 만나 소통할 수 있다. 지난해 54개 초등학교 100개 학급에서 이 같은 수업이 진행됐다. 학교생활의 시작부터 책과 함께할 수 있도록 ‘책날개 입학식’도 진행된다.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책날개 입학식은 인천 지역 전체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신입생 271곳 2만4500여 명을 대상으로 ‘책날개 꾸러미’를 주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지역의 공공·작은도서관과 서점, 독서 관련 단체 등과의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시민 모두가 책을 더 쉽고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0만 저자 만들기 프로젝트 = 시교육청은 읽걷쓰 운동의 일환으로 ‘30만 저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도 교육감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인천 시민 10명 중 1명은 책을 낸 저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학교 글쓰기 동아리와 지역 출판사, 그리고 현업에 있는 작가를 연계해 지원하는 ‘도전! 나도 작가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10개 동아리에서 13종(그림책 4종, 일반도서 9종)의 창작물을 출간해 북콘서트와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 가운데 인천 강화군 합일초 학생 7명이 낸 그림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정식 등록(ISBN)돼 학교 도서관에도 비치됐다. 또 교사 100명이 참여해 그림책 18권과 에세이집 3권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인천 지역 21개 학교(중학교 7곳, 고등학교 14곳)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21종의 영어 동화책 4200권을 출판해 이 중 3150권을 아프리카 케냐의 빈민가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제577돌 한글날에는 교직원과 학부모 시민 3500여 명이 참여해 ‘질문하고 상상하는 읽걷쓰, 인천은 읽걷쓰 한다’ 비전을 선포했다. 선포식과 함께 개최한 걷기 한마당에는 학생과 일반 시민 5000여 명이 참여해 둘레길 5㎞ 구간을 걸었다. 그해 새얼문화재단과 공동개최한 백일장에는 역대 가장 많은 722개 학교에서 4481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한글날 행사와 지역 백일장, 걷기대회는 읽걷쓰 운동의 3대 축제로 운영된다.

◇일상에서의 읽·걷·쓰 = 시교육청은 시민과 함께하는 읽걷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하는 읽걷쓰 문화를 지역사회에 퍼트리려는 것이다. 올해는 ‘한 도서관 한 책 캠페인’을 통해 인천 시민들에게 책을 매개로 한 공감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8곳과 평생학습관에서는 기관별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시민 투표로 매달 추천 도서를 선정한다. 각 기관에서 선정한 책의 저자 강연과 한 줄 서평, 함께 걷는 문학 기행 등 다채로운 독서문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읽걷쓰 운동을 응원하거나 동참하는 지역사회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천생명의전화는 시교육청과 공동으로 ‘마음챙김 읽걷쓰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을 벌였다. EBS는 시교육청과 함께 읽걷쓰 사업의 일환인 독서진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문자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NH농협 인천본부는 읽걷쓰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3억8000만 원의 기부금을 시교육청에 쾌척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챗 GPT가 답을 주는 시대… ‘내 생각’ 갖는 교육이 해답 될 것”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챗GPT가 답을 주는 시대, ‘내 생각’을 갖는 교육이 해답이 될 것입니다.”

도성훈(사진) 인천시 교육감은 지난 6일 문화일보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인간과 자연, 인공지능(AI)이 공존하고 협력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를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세상을 읽어내는 역량, 즉 삶의 ‘리터러시(문해력)’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재선 교육감인 그는 지난해부터 ‘읽기·걷기·쓰기(읽걷쓰)’를 인천 교육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읽기는 다른 삶을 이해하는 세상 걷기이고, 걷기는 타인의 삶이 담긴 길을 걷는 세상 읽기입니다. 또 쓰기는 나다운 삶을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실천입니다.”

교장 선생님 훈화 같은 말이지만 그 또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일상에서의 ‘읽걷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직업적으로도 게을리한 적 없는 읽기와 쓰기 외에 그는 퇴근 후 하루 1시간 동네 공원 걷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의 집무실 한편에는 ‘읽·걷·쓰를 한다’는 캠페인성 구호와 함께 ‘一日不徒步 心身生靑綠(일일부도보 심신생청록)’이란 글귀가 표구돼 걸려 있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녹이 슨다’는 뜻이다.

“읽기를 통해 지식을 얻고 쓰기를 통해 표현할 수 있지만, 걷기가 빠진다면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거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없습니다. 걷기는 자기를 돌보는 것은 물론, 이웃을 살피는 힘이 자라게도 합니다.”

도 교육감은 읽걷쓰 문화를 학생과 학부모, 시민에게 스며들도록 올해 범시민 문화운동으로 확산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초·중·고까지 성장단계별 맞춤형 읽걷쓰 수업을 진행하고, 브랜드화한 읽걷쓰 사업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위한 플랫폼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오는 5월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읽걷쓰 정책을 공유하고 공동선언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읽고 토론하고 걸으면서 되씹어보고, 또 누군가의 글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삶이 일상이 됐으면 합니다.”
지건태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