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잔재 결탁한 세습야심… “인니 민주주의 후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5 11:51
  • 업데이트 2024-02-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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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출신’ 프라보워, 대선 승리
軍요직서 민주 운동가 탄압 앞장

조코위,‘3선금지’에 출마 막히자
부통령에 장남 밀며 노골적 지지
“조코위 왕조정치 만들었다” 비판


14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인권 탄압으로 20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됐던 육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지원 아래 승리했다. 경제발전 성과를 앞세워 ‘조코위 왕조’를 구축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의 야심에 인도네시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라보워 후보는 이날 표본 조사 개표 결과, 득표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한 뒤 “과반 득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후보는 국민이 민주화 운동을 통해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레포르마시(개혁)’ 당시 육군 전략사령관을 맡아 수많은 인권 유린과 실종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며 지난 2022년까지 20여 년간 미국 입국이 금지됐었다. ‘대통령의 사위’로 승승장구해 온 그는 군 요직을 맡으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하는 등 ‘민주주의 탄압’에 앞장서 왔다. 1998년 수하르토가 물러나며 불명예 제대한 프라보워 후보는 당시 아내와 이혼한 뒤 해외로 망명했다. 이후 2001년 귀국한 그는 펄프 회사를 설립하며 재기에 성공했고, 2008년 그린드라당을 창당하고 정계진출에 나서 2014년, 2019년 대권에 도전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에게 연달아 패했다.

프라보워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며 수하르토 축출 이후 인도네시아에 찾아왔던 자유의 시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프라보워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킹메이커’ 조코위 현 대통령의 세습 독재가 심화할 거라는 우려가 크다. 조코위 대통령은 ‘정적’이자 야당 대표였던 프라보워 후보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며 손을 잡았다. 또 3선 금지로 자신이 출마하지 못하는 이번 선거에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프라보워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만들고, 이들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힘을 실어줬다. 프라보워 후보 역시 지지율 80%가 넘는 조코위 대통령의 경제정책 계승을 주장하며 정치 유세 현장에서 매번 ‘막춤’을 추고 이를 ‘틱톡’으로 퍼트려 과거사를 모르는 젊은층을 공략하는 선거 전략을 써왔다. 지난 1998년 민주화 운동 때 아들을 잃은 한 인도네시아 70대 여성은 NYT에 “조코위는 국민의 희망이었지만, 이제 ‘왕조 정치’를 건설하는 공무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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