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주먹질 아사리판’ 한국축구…국민 “태극마크 박탈하라” 비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패배 이유 있었네… 지난 7일 열린 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에 나온 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연합뉴스

■ 대표팀 아시안컵서 내분 논란

손흥민 - 이강인 4강 경기 전날
몸싸움 소식에 팬들 실망·분노

선수 갈등 작년부터 감지됐지만
클린스만 감독 조율 못한채 출전
축구협회 부실관리 또 다시 도마

한국 축구대표팀의 어이없는 충돌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으나, 실제로는 선후배 간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오가는 ‘아사리판’이었다.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염원하며 새벽잠을 줄이고 응원했던 팬들은 큰 실망감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태극마크를 박탈하라’는 비판의 목소리다.

대표팀은 사분오열됐다.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저녁때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충돌하면서 무너졌다. 둘은 의견 충돌과 언쟁에 이어 몸싸움까지 벌였다.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탈골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대표팀은 몇 수 아래로 평가받는 요르단에 0-2로 사상 첫 패배를 당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호흡을 맞춘 공격진은 유효 슈팅 ‘제로(0)’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이강인은 14일 갈등 소식이 전해진 후 SNS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팬들의 노여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온라인 댓글에서 주장이자 선배에게 주먹질한 이강인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강인이 주장에게 대들었다는 것을 넘어 주먹질했다는 사실이 충격적” “싸운 게 아니라 도를 넘은 하극상” “이강인은 퇴출 대상” 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손흥민을 향한 지적도 있다. 일부는 “손흥민은 국대 은퇴” “손흥민도 예전에 토트넘에서 주장인 위고 요리스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사실 대표팀 내 갈등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해외파, 특히 유럽파와 국내파 간 대립은 오랫동안 지속된 일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급증했고, 특히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유럽파의 위상이 달라져 국내파와 간격이 벌어졌다. 하지만 유럽파의 활약과 대표팀 인기 등에 퇴색돼 수면 위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일부 유럽파의 경우 대표팀 사령탑을 국내 감독이 맡을 땐 지시를 듣는 둥 마는 둥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이와중에… 화상으로 참석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백동현 기자

그런데 최근 대표팀에선 잡음이 유독 많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엔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1-2로 지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김민재는 게다가 손흥민의 SNS를 ‘언팔’하면서 갈등을 드러냈다. 16강 진출로 환호했던 2022 카타르월드컵 때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와 대표팀 의료진의 갈등이 있었다. 이후 일부 선수들이 무자격자인 안 씨의 불법 채용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나 축구협회의 부실한 관리는 변하지 않았다. 사후 약방문의 대응만 계속됐고 문제의 원인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번에 밝혀진 선수들의 갈등도 지난해부터 감지됐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정리하지 못한 채 아시안컵에 돌입, 결국 사달이 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실한 전술 능력에 이어 선수단 관리도 ‘0점’이라는 것이 드러났기에 한국 축구와의 결별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며, 클린스만 감독을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