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도 ‘무기력’… 유엔총회 식물회의로 전락

■ 우크라전 2년 ‘끝나지 않는 전쟁’

뮌헨안보회의 각국 입장차만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2년을 앞둔 가운데 신(新)냉전 구도가 확대하면서 국제기구·국제협약 등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와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이 이어지며 국제회의에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지만, 각 국가 간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외교 대표들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 등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러시아가 불참했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 입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미 건설적인 일을 많이 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데 반대한다며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유엔 역시 무기력한 모습이다. 통상 유엔총회가 열리면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논쟁을 벌이곤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에서 각국 정상의 출석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4개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년 연속 불참한 것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 정상마저 결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의 부재는 안보리가 더 이상 지정학적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상임이사국 확대·거부권 방식 변화 등 ‘안보리 개혁론’이 나왔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외면에 실현은 요원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