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등록도 못하는 ‘反푸틴’ 러 야권 인사들

‘반(反) 푸틴’ 인사들의 잇따른 의문 죽음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쟁후보들은 줄줄이 3월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대선 공식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무소속인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대표 등 4명이 전부다. 야당 후보 3명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반푸틴 성향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한 탓이다.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주요 정당 대선주자들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푸틴 대통령 대항마로 꼽혀왔던 ‘시민발의당’ 보리스 나데즈딘은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당해 대법원에 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러시아에선 대선 후보로 등록하려면 10만 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오류가 있는 서명 비율이 5%를 넘으면 안 된다. 나데즈딘은 10만 명 이상의 유권자 지지 서명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했지만, 법 허용 범위(5%)를 넘어서는 15% 안팎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게 러시아 당국의 설명이다.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도 지난해 12월에 서류 오류를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둔초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정치범 석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0년대 러시아의 자유시장경제 전환에 관여했고, 2018년까지 3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야블로코 창립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출마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대선 도전을 포기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