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히틀러 자화상이 마음을 치료한다고?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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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실레1수정 에곤 실레. ‘손가락을 펼친 자화상’(1911). 한길사 제공.



미술 치료·트라우마 전문가 김선현 교수
신간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출간
104점 그림 속 욕망·고통·고독 살펴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아요. 모든 걸 물질로 평가하는 세상에서 모두가 아픈 시대죠. 팬데믹을 지나오며 아이들의 마음이 가장 먼저 다쳤어요. 아이들의 혼란이 그림에도 나타납니다. 아이의 문제는 청년의 문제, 사회의 문제가 돼요. 의학을 미술로 풀어내 도움을 주고 싶어요."



30여년간 미술 치료에 매진하며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환자들의 트라우마를 돌본 김선현 임상미술치료학회장이 신간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한길사)를 통해 104점의 자화상으로 위로를 전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DSC05859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를 펴낸 김선현 임상미술치료학회장.한길사 제공.



저자는 2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인 최초 독일 훔볼트대학 부속병원 소속 인턴으로 일하며 느낀 미술 치료의 힘을 강조했다. "처음엔 ‘억지로 그림을 그리며 죽기까지 스트레스 주냐’며 미술치료를 거부하던 환자와 가족이 몇 개의 선과 도형을 그려놓고 울기 시작해요. 회복이 일어나죠. 삶에 대한 의지가 되살아나는 과정은 놀라워요."



책은 104점의 자화상을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 화가들의 삶에서 ‘고독’,‘욕망’,‘사랑’과 같은 솔직한 감정들을 발견한다. 이같은 감정들은 개인을 삶의 끝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과 ‘치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짚으며 ‘완벽’으로 나아간다. 김 회장은 "책의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며 "오늘의 마음과 기분에 위로를 전하는 작품을 펼쳐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뭉크3수정 에드바르 뭉크. ‘스페인 독감에 걸린 자화상’(1919). 한길사 제공.



저자는 뭉크의 자화상을 통해서는 트라우마 극복을 이야기한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를 요절시킨 스페인 독감을 가장 병약했던 뭉크가 이겨냈다"면서 "어린 시절 엄마와 누이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삶을 긍정하게 된 뭉크의 그림은 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히틀러1 아돌프 히틀러 ‘자화상’(1910). 한길사 제공.



나치 독일을 이끌었던 ‘아돌프 히틀러’의 자화상도 흥미롭다. 히틀러는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빈 미술학교에 두 번이나 입학을 거부당했던 미술 소년이었다. 이 같은 좌절감은 1910년에 그린 자화상에 담겨 있다. 그림은 히틀러를 얇은 돌다리 위에 외롭고 위태롭게 앉혀 놓았다. 하지만 군인으로 성공한 1918년 자화상은 달라진다. 군복 차림의 히틀러가 늠름하게 폐허가 된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자서전에도 드러나지 않는 독재자의 불안과 욕망이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셈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clip20240221103931



"제주 4·3 유가족들을 만나면 한국 사람끼리도 언어의 장벽을 느껴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며 이해되는 감정들이 있어요. 의료와 예술은 국경을 초월합니다." 최근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김선현 회장은 "지친 마음이 병이 되기 전에 그림으로 마음을 돌보시라"는 말을 남겼다.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사고,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 등의 재난 현장에서 환자의 마음을 돌본 김 회장은 오래 몸담았던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직을 내려놓고 더 많은 환자를 만나려 마음건강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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