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에 새겨진 ‘3·1운동의 함성’[도시풍경]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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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기미년(1919년) 3·1만세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기운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3월 어느 날 새벽, 일본 순사들의 감시를 피해 달과 별빛만으로 산을 오르는 한 사내가 있었다. 마침내 북한산 정상 백운봉에 오른 정재용(鄭在鎔·1886∼1976)은 준비한 망치와 정으로 “우리나라가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백운대 화강암 바위에 한 자 한 자 새겨나갔다. ‘깡 깡 깡’ 정 때리는 소리는 독립의 외침이 되어 인수봉과 만경대 그리고 노적봉을 거쳐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낸 그의 등 뒤로 희망의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836m)을 오르면 태극기 게양대 아래로 나무 울타리가 쳐 있는 공간을 만난다. 대부분 등산객은 정상에서 도심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곳의 정체는 무엇인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 네 글자와 함께 “독립선언문(獨立宣言文)은 기미년(己未年) 2월 10일 최남선(崔南善)이 작성해, 3월 1일 탑동공원 독립선언 만세를 도창(導唱)했다”고 기록한 ‘3·1운동 암각문’이다. 독립운동가 정재용 선생이 새긴 것으로 1993년 4월 경기 고양시 향토유적 제32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그러나 등산객 부주의와 풍화작용으로 현재도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올해로 105주년을 맞는 3·1절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산 정상을 찾는다면 ‘그날의 함성’을 생각하며 가슴속으로 외쳐봤으면 좋겠다.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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