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 아닌 中 금융·부동산 위기[포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중국 런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5년 만기 장기 대출우대금리(LPR)를 4.20%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3.95%로 내렸다. 2019년 8월 4.85%에서 계속 조금씩 낮아지다가 2023년 6월 4.20%를 기록한 뒤 8개월 만에 다시 0.25%포인트(p)나 내린 것이다. 그동안 인하는 대부분 0.10%p 또는 그 이하였지만, 이번에 파격적으로 내린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침체하는 부동산 수요를 부추길 조치의 하나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극도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중이고 부동산 투자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2023년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9.6% 하락했고, 24대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의 지난 1월 주택 판매도 전년 동월보다 45%, 전월보다도 41% 급락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이 전체 GDP의 5% 안팎인 데 비해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체로 GDP의 20% 안팎이므로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는 그대로 심각한 경기 침체로 연결되게 돼 있다. 이와 함께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의 연쇄 부도에 따라 이들 부동산 업체에 대출을 제공한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3가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나는, 문제가 된 부동산 개발 사업체의 공급 물량을 대거 공공 부문이 사들이는 전략이다.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의 주택을 사들인 뒤 주로 임대하거나 특정 계층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바람직한 부(富)의 재분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공동 번영을 강조해 온 시진핑 정부로서는 부동산 과열에 따라 발생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이번 부동산 침체를 은근히 호기로 보는 시각이 퍼져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 부문의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이다. 공공 부문에서 향후 5년간 600만 가구를 공급해 매년 약 300만 명에게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현재 5%인 공공 부문 공급 물량을 이번 기회에 30%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책 금융기관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대책이 이번에 나온 장기 LPR을 낮추는 조치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중국의 부동산, 특히 과잉 공급된 주택 시장의 수요를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느냐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21년 8.1% 성장에서 2023년에는 5.2%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4%대로 전망된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도 2022년 7.0%에서 2023년 1∼10월 중 -5.6%로 역성장했다. 올해 미국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이는 판에 중국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하길 예상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만연하면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고착시킨다. 중국 인민들이 극도의 위험성을 느끼고 소비를 줄인다고 한다. 소비가 줄고 투자가 위축되며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우리 경제도 적잖이 영향 받을 것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침체하고,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의 대중 투자 금융기관도 크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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