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메기 효과[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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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하나금융이 손흥민에 이어 가수 임영웅까지 광고 모델로 잡았다. 몸값 1·2위를 싹쓸이하는 공격적 행보다. 더 이상 앉아서 이자 장사만 하다간 MZ세대 고객을 놓치고 비대면 디지털 금융에도 뒤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들의 추격이 두렵다. 2017년 첫 도입 때는 물을 흐린다던 미꾸라지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메기가 된 것이다.

토스뱅크의 선이자 지급 예금은 6개월 만에 4조 원이 몰리며 흥행했고, 환전 수수료 무료 통장도 홈런을 날렸다. 곧바로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이 무료 환전에 뛰어들었다. “조금 더 나은 은행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은행이 되겠다”던 인터넷은행들이 퍼스트 무버로 올라선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허겁지겁 따라가면서도 게임 체인저 등장에 긴장하는 눈치다.

미국·일본도 ‘네오뱅크(인터넷은행)’ 열풍이 거세다. 미국은 50대 은행 중 네오뱅크가 6곳이고, 일본도 라쿠텐은행·SBI은행이 치열한 30∼40위권 경쟁 중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전 세계 네오뱅킹 매출을 42% 늘어난 4조70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시중은행들의 신규 계좌 비중은 2020년 24%에서 2023년 17%로 줄어든 반면, 네오뱅크들은 36%에서 47%로 늘어났다.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코로나 이후 폭발한 비대면 금융 덕분이다.

국내에도 ‘머니 무브’가 거세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이 17조 원 감소할 동안 인터넷은행 예금은 12조 원 늘어났다. 예대마진을 낮추고 수수료를 내리는 등 참신한 경쟁으로 낡은 시장 규칙을 무너뜨린 결과다. 최근엔 ‘대출 갈아타기’가 태풍의 눈이다. 지난 1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로 1조300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은 2001∼2006년 고금리로 11개의 네오뱅크가 파산했다.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연체율과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17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인터넷은행은 1043억 원에 그쳤다. 고객 수는 4200만 명으로 늘어났지만,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자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메기는 시력이 좋지 않아 수염으로 주변 진동을 감지해 먹이 활동을 한다. 인터넷은행들도 온갖 위험 속에서 대형 메기로 우뚝 설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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