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1-2-3’에 장악된 野[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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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부장

서울 종로에 출마한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당 공천 파동을 보는 심경’이라는 SNS 글에서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코웃음만 나온다”고 썼다. 공천 학살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를 향해선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똑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업체의 대표가 아예 경선과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금 최고위원의 경쟁자로 나온 사람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불러 선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친문’ 팬덤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고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했던 그의 입장에서 친문이나 친명(친이재명)이나 ‘도긴개긴’이라는 얘기다.

금 전 최고위원 축출 방식이 4년 후 민주당에서 더 광범위하게 작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팬덤의 비호를 받는 점은 공통점이고, 다만 그 주체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 민주당 공천 파동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ARS 조사는 ‘팬덤’을 동원해 반대편을 배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솎아내기 정치기술’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응답률이 낮은 ARS는 정치 고관여층이나 조직적으로 동원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참여할 우려가 큰 조사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500명이면 결과를 바꾼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민감한 조사인데도 지명도가 높은 업체를 쓰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의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3개 업체만 선정됐으나 나중에 1개 업체를 추가했다고 한다. 추가 선정 업체는 결국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다. 특히,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했던 정필모 의원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 허위보고를 받았고, 제3자가 해당 분과 선관위원에게 전화로 지시해 끼워 넣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폭로해 ‘제3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혹은 더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대표와 맞섰던 의원들이나 개딸들이 찍은 지역구 의원들을 여지없이 공천 과정에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원외 원조 이재명계인 ‘개딸1’에 이어 한총련 운동권 중심의 원외 인사들로 구성된 ‘개딸2’(더민주혁신회의)의 영향력 확대로 팬덤은 더 강화됐다. 여기에 선거연대를 통해 국회 입성을 노리는 극좌파들로 구성된 ‘개딸3’의 탄생도 눈앞에 둔 것 같다. 이럴수록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2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이유를 당원중심주의 공천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만들어 놓은 100% 안심번호공천 시스템을 허물고 당원에게 50%의 공천권을 준 제도적 변화에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썼다. 권력을 민주적으로 사용할 절제와 관용을 훈련받은 적 없는 당원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비극의 씨앗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 4년 만에 절제를 잃은 ‘개딸 공천’으로 의회 권력을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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