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 도우미’ 도입하지만… 월 200만원 이상 줘야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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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시범사업 ‘실효성 논란’

최저임금 차등적용 어려워 한계


“한국 3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443만 원이다. 200만 원 이상을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쓸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

지난 2022년 9월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정식 건의해 한국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논의를 사실상 이끈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금 문제를 두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말이다. 오 시장 건의 이후 정부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사업을 추진, 필리핀 가사 도우미 100명이 서울 각 가정에 배치될 예정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월 209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월급은 206만 원가량이다. ‘중산층’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가격 구조여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 인력을 활용한다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본래 취지가 완전히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시범사업은 필리핀과의 협의가 마무리 되는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홍콩, 필리핀, 대만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임금 수준은 현격히 높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2023년 전일제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 임금으로 월 4730홍콩달러(약 77만 원)를 책정했다. 25∼54세 홍콩 기혼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30% 이하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이미 여러 차례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가구 내 고용’ 방식의 도입 필요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특정활동(E-7-4) 비자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추가하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육아와 간병 등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E-7-4 비자는 뿌리산업체 숙련기능공 등 3개 업종에만 허용돼 있다. 시가 해당 방안을 제안한 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모두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이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비준국이라는 점도 차등 적용을 어렵게 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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