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허점 줄일 예약제 시급하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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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유권자의 투표 편의 개선을 통한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전체 투표율 중 사전투표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도 시행 초기 20%였던 것이 30%를 웃돈다. 그러면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체 투표율도 높아질까? 2022년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투표율은 77.1%로 2017년 대선 때보다 오히려 0.1%p 하락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로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50.9%)은 2018년 때보다 9.3%p나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원래 공식 투표일에 참여하려던 유권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만 있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확인해준다. 이처럼 투표율을 제고하는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사전투표제를 둘러싸고 선거 때마다 투·개표 부정 시비와 해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합동 보안 점검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선거인명부 확인과 투표지 발급을 전자적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사전투표의 경우 해킹 세력이 통합선거인명부에 접근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투표지를 바꿔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개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화벽 보안 강도가 10점이 만점이라면 선관위 방화벽의 강도는 6∼7, 즉 60∼70%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지난 2009년 독일은 전자투표기에 대한 기술적 해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사실 자체만으로 바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아날로그 투표로 돌아갔다. 국정원 보안 점검으로 선거 부정의 의혹이 ‘명백한 가능성’으로 증명된 만큼 중앙선관위도 차제에 사전투표제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없앨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의 사전투표 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뒤 선거인에게 교부한다’는 조항이 사전투표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선관위는 투표 절차가 길어지고 유권자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투표의 편의성과 신속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날인하도록 하고 선거 개표 때 수(手)검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사전투표를 도입한 외국의 경우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불쑥’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 관리관의 개인 도장이 아닌 전자 도장 이미지가 기계적으로 찍혀 나오는 상황에서 ‘사전투표 조작’의 위험성은 언제든지 있다. 우리도 외국과 같이 ‘사전투표 유권자 등록’ 또는 ‘사전 예약’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한 사전투표제로 선거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위협받는 만큼 선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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