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불법자금 회계책임자 기소 땐 연루 의원 제명”

비자금 파문에 당칙개정 논의
일각선 “책임 떠넘기기” 비판

일본 집권 자민당이 불법 정치자금 회계책임자가 기소될 시 해당 의원을 탈당·제명하도록 당칙 개정에 나선다. 이러한 혁신 방안에 대해 파벌 해체 등 제대로 된 정치 개혁은 외면하고 일부 의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남의 가죽 벗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오는 17일 당 대회에서 정치 자금 규정법 위반으로 정치 단체의 회계 책임자가 체포·기소된 경우, 단체 대표를 맡는 소속 의원에 대해 탈당 권고나 제명을 하도록 당칙을 개정하기로 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현재 자민당 당칙상 회계책임자가 형사 처벌을 받더라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당사자인 의원은 처벌받지 않는다. 자민당 주요 파벌 중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아베파와 니카이파, 기시다파 등 3개 파벌의 회계책임자들은 형사처분을 받았지만, 파벌 간부들은 불기소됐다. 이에 자민당 관계자는 “의원도 책임을 지는 구조를 도입해 정치 신뢰 회복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민당은 우선 7일 정치쇄신본부에서 관련 개정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당칙 개정 움직임에 당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조직 구조의 문제를 의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소파 등 주요 파벌의 반대로 파벌 해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계책임자와 의원 개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NHK는 “자민당이 17일 당 대회에서 채택 예정인 불법 정치자금 관련 대책에 파벌의 완전 해체까지는 내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민당과 야당들은 국회에 정치개혁 협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발각된 의원 처벌과 감시기관 설치 등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