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출발→승승장구→동반 추락… 우즈와 나이키 ‘애증의 27년’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문화일보
  • 입력 2024-03-18 08:55
  • 업데이트 2024-03-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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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스타와 스폰서

1996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즈, 사상 처음으로 3연패하자
5년 4000만 달러 초대박 계약

나이키 2년새 매출 10배 상승
10년 골프공만 1억 달러 팔려

2009년 ‘성추문’ 파문에 흔들
2016년엔 골프 사업에서 철수
우즈, 테일러메이드와 새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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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프로 데뷔로 시작된 타이거 우즈(미국)와 나이키의 오랜 밀월 관계가 27년 만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기업과 전속계약 선수가 결별하는 이유는 오래된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와 비슷하다. 더는 서로에게 새롭거나, 기대할 게 없어서다.

여느 연인들처럼 둘의 관계는 출발부터 화끈했다. 1996년 미국 아마추어 최고 대회인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즈가 사상 처음으로 3연패에 성공했다. 갤러리로 현장에서 우즈의 우승을 직접 지켜본 나이키의 회장은 곧 그가 농구의 마이클 조던만큼 유명해질 것임을 직감했다. 행여 뺏길세라 곧장 자신의 전용기에 우즈를 태우고는 나이키의 옷과 신발을 신는 조건으로 5년 4000만 달러(약 533억 원)라는 엄청난 계약을 안겼다.

이후 우즈와 나이키는 서로를 밀고 끌어주며 함께 승승장구한다. 이듬해 우즈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2위와 무려 12타 차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고 역대 최연소인 스물한 살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다. 야구와 미식축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던 골프는 우즈라는 걸출한 스타의 등장으로 이들 종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한다. 이른바 ‘타이거 효과’다. 우즈가 우승하자마자 1997년 한 해에만 골프장의 라운드 수가 6300만 회나 늘었다. 미국 골프 인구도 1996년 2440만 명에서 2003년 3060만 명으로 급증했다. 골프장 수 역시 10년 동안 2000개나 새로 생겼다. 골프 인구 증가는 연쇄적으로 프로투어, TV 중계, 용품 판매, 교습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가져왔다. 별 볼일 없던 나이키의 골프 부문 매출도 2년 만에 10배나 수직 상승했다.

2000년 5년간 1억 달러(1330억 원)라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금액으로 우즈와 재계약한 나이키는 골프공과 골프 클럽까지 출시하며 골프용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마스터스 역사상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2005년 대회 마지막 날 16번 홀에서 우즈의 칩샷은 나이키 매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린에 떨어져 90도 이상 방향을 꺾으며 홀 쪽으로 천천히 구르던 공이 클로즈업되던 순간,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공은 홀 앞에서 멈추더니 수 초 동안 나이키 로고를 보여준 후 사라졌다.

2013년 미국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나이키는 골프공 판매로만 무려 1억300만 달러(1369억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저대회에서 15차례나 우승하며 나이키 로고가 찍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허공에다 대고 연신 펀치를 날리는 우즈의 모습은 말 그대로 현대 골프의 아이콘이 되었다.

우즈 덕에 골프 시장 진입에 성공했으나 역설적으로 우즈에 대한 의존은 나이키에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09년 성 추문 사건 이후 공백과 잇따른 부상, 나이 등으로 우즈의 실력과 위상이 예전만 못해졌다. 차세대 선두 주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천문학적 금액으로 영입하지만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나이키는 2016년 골프용품 사업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다.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매출은 계속 내리막이었고,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의 3강 체제 아래에서 만년 4위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각 드라이버, 폴리메탈 그루브 퍼터, 합성수지 코어 골프공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특유의 파격적인 디자인과 색상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골퍼의 외면을 받았다.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의 사업은 지속했으나 우즈와의 결별로 이마저도 곧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모든 새로운 시작은 다른 시작의 끝으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나이키와 오랜 동행을 끝낸 우즈의 새 파트너는 테일러메이드의 새 골프 의류 브랜드 ‘선 데이 레드’로 정해졌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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