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명백한 불공정 선거”, 젤렌스키 “권력에 병든 자”

英 등 서방서도 날선 비판
러 곳곳서 ‘푸틴반대 시위’

미국 등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당선에 대해 야당 후보자 출마 금지와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투표 등을 통해 이뤄진 비민주적 선거 결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들도 선거 마지막 날 러시아와 전 세계 곳곳에서 푸틴 대통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17일(현지시간)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러시아 대선 결과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야당 인사들을 구금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한 점을 지적하며 “(선거가)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강제선거가 진행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진행된 선거를 “불법적”이라고 규정하며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독립적인 감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며 “이 사람은 권력에 병들었고 종신 집권을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가 안다”고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다.

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 러시아 곳곳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항의를 표시하는 이른바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투표 시위가 벌어졌다.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정오에 맞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첼랴빈스크, 톰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주요 도시의 투표소 밖에서 긴 줄을 서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부분 20∼30대 청년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Info)’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14개 도시에서 대선 방해 혐의로 65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밖에서도 반푸틴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청년들은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함께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된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2개국은 러시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자금 조달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유럽투자은행(EIB)에 보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