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도 반했지만… 여성이라 재능 못펼친 ‘비운의 천재’[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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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파니 멘델스존 가곡 ‘이탈리아’

어린시절 연주·작곡에 특출
평생 실내악 등 500곡 선봬

아버지“음악은 취미로 해야”
부친 별세뒤 활동하다 요절

‘한여름 밤의 꿈’ ‘축혼 행진곡’ 등으로 유명한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에겐 항상 뒤따르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가 클래식 음악사상 제일가는 금수저였다는 사실과 그의 누이, 파니 멘델스존(1805∼1847)과의 각별한 사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남매의 집안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외증조부는 1755년 당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가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을 때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은 자로서 갑부 중의 갑부였다.

할아버지 모제스(1729∼1786)는 ‘독일의 플라톤’이라 불릴 정도로 당대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철학자였고 아버지는 베를린에 무려 자기 은행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성공한 은행가였다. 대대손손 유력가였던 집안에서 태어난 두 남매가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두 남매는 어려서부터 베를린 최고의 음악교사이자 괴테와도 친분이 두터웠던 유명 지휘자 카를 프리드리히 젤터에게 음악 수업을 받았고 당시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비르투오소인 이그나츠 모셀레스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 레슨을 해줄 정도였다.

이렇듯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란 남매는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서로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했다. 눈여겨볼 사실은 그의 누나 파니는 그저 조언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멘델스존 못지않게 피아노와 작곡에 상당한 재능을 보였던 한 사람의 독립적인 훌륭한 음악가였다는 사실이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파니의 재능은 매우 특별했다. 겨우 14살 되던 해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24곡 전 곡을 외워서 연주할 정도의 천재성을 보였다. 그 재능은 작곡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전 생애에 걸쳐 120개의 피아노 소품과 가곡, 실내악, 오라토리오 등 전 장르에 걸쳐 400∼500여 곡을 작곡했다. 멘델스존이 평생 200여 곡을 작곡한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결코 동생에 비해 양적이나 질적으로 뒤처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파니는 음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알릴 수 없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여성이자 양갓집 규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상류사회에선 여성들의 음악적 재능이란 단지 결혼을 더 잘할 수 있는 조건으로만 여겨졌다. 모든 직업적인 활동, 특히 음악 활동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는 파니에게 음악은 그저 취미 활동과 교양 수준에서 만족할 것을 종용했다. “너에게 음악은 그저 장식품 같은 것일 뿐, 결코 음악이 네 삶의 중심이 되어선 안 된다.” -아버지가 파니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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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년, 파니가 30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멘델스존가(家)에서 운영하는 ‘일요 음악회’에 자신이 작곡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1846년에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가곡과 피아노곡집을 출판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듬해 급성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평생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음악의 동반자였던 누나를 잃은 멘델스존은 같은 해 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파니의 나이 42세, 펠릭스의 나이 38세 때의 일이다. 이들의 사인인 심장병은 가족력이었다고 전해진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파니 멘델스존 가곡‘이탈리아’

누나의 음악을 너무나 좋아했던 멘델스존은 파니가 작곡한 작품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했다. 그중 대표적인 곡이 가곡 ‘이탈리아’다. 어느 날 멘델스존이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왕은 그의 누나 파니가 작곡한 이 곡을 가장 맘에 들어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