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김성철.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뮤지컬 넘버는 노래가 아닌 대사"
"제작진의 ‘니즈’에 쓰임 받는 느낌이 좋아요. ‘이 작품으로 내가 잘 되겠군’이란 마음보다 ‘아, 감독님이 날 찾으시니까 해야지’란 마음으로 시작하는 거죠."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까페에서 만난 배우 김성철은 "예전부터 나를 찾는 사람들과 오래 일하고 싶단 생각을 해왔다"며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며 다작을 하는 게 배우로서 목표"라고 말했다. "제 연기가 쓰임 받을 곳이 있다면, 웬만하면 하는 편이에요. 연기가 정말 재밌거든요."
‘내가 필요하다고 부르면 간다’는 마음가짐은 김성철을 TV와 뮤지컬, 그리고 영화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분량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늘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검증된 배우다.
김성철은 27일 개봉하는 ‘댓글부대’에서 온라인 여론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찡뻤킹 역을 맡았다. 이름 없이 온라인 아이디로만 나온다. 찡뻤킹과 함께 찻탓캇(김동휘 분), 팹택(홍경 분) 이들 3인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댓글을 올리는 이른바 ‘어그로 끌기’로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리더 격인 찡뻤킹은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작하려는 거대한 배후 세력을 만나면서 정신적 혼란 상태를 겪는다. 특종을 쫓으며 명예 회복을 노리는 기자 상진(손석구 분)이나 내면적 고민이 크지 않은 두 친구에 비해 찡뻤킹은 행동의 의도가 불분명하고 내면에 변화가 많은 복합적 인물이다.
김성철은 "좀 더 캐릭터를 표현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찡뻤킹이 애매모호한 캐릭터라서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는데, 그 애매모호함을 명확하게 표현했어야 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의 연기나 작품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가 좀 명확한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생기는 아쉬움인 것 같아요."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또래 배우 3명이 연기한 ‘팀알렙’의 앙상블이다. 김성철은 "촬영 기간 동안 3명이서 리허설 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며 "서로 ‘난 이랬으면 좋겠어’라며 제작진과 의견을 조율하며 맞춰나갔다"고 말했다. 리더인 찡뻤킹은 외부에서 일을 청탁받고, 작가 지망생인 찻탓캇은 그럴듯한 댓글을 쓰며, 사이버 공간의 생리를 잘 아는 팹택은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뜨린다. 김성철은 "축구에서 수비수와 공격수, 미드필더가 각자 역할을 수행하듯, 셋이 하나의 팀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원래 제 대사가 엄청 많았어요. 그럼 팀처럼 보이지 않을까봐 대사를 좀 나눴죠. 대사량보다 캐릭터가 뿜어내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댓글부대’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스무비웍스 제공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정치적인 성격을 배제하고 대기업의 여론 조작, 기성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생태계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안국진 감독의 취재가 적극 반영된 것이다. 김성철은 "촬영하기 전부터 원작을 다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감독님이 설명했다"며 "원작에서 소재를 갖고 오되 우리의 시나리오대로 갈 거라고 해서 원작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철은 공연계에서 티켓 파워를 인정받는 스타다. 지난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뮤지컬 ‘데스노트’를 올렸고,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김성철은 "사적으로 노래를 요청받으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무대 위에선 인간 김성철이 아닌 그가 맡은 캐릭터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하는 노래는 음이 붙어 있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넘버를 부를 때도 어떻게 노래를 더 잘 부를까보다 어떻게 연기를 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죠. 무대 위에선 캐릭터로서 하는 거라 자신 있게 하는데, 밖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건 어색하죠."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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