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진실, 언젠간 드러나… ‘어제’를 돌아봐야[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5 09:24
  • 업데이트 2024-03-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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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비틀스 ‘예스터데이’

K-팝에 매료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몇 명에게 짧은 문장 4개를 들려줬다. ‘1. 그럴 줄 알았다 2. 그럴 줄 몰랐다 3. 그럴 수는 없다 4. 그럴 리가 없다’. 질문은 지금부터다. “혹시 좋아하는 연예인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나타내겠습니까.” 1번을 택한다면 그 팬심은 애당초 깊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2번이나 3번을 택한다면 돌아서거나 망설이다가 환승할 가능성이 크다. ‘찐팬’의 선택은 4번이다. 요즘 말로 확증편향이고 오래된 말로는 일편단심이다.

과거의 언행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적잖다. 실망하고 떠나는 사람도 생긴다.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음악동네는 어떨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위로하는 사람(전인권 ‘걱정 말아요 그대’)도 있고 ‘내일을 향해서라면 과거는 필요 없지’(신성우 ‘내일을 향해’)라며 직진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원곡 나애심)는 양면 해석이 가능하다. 나의 과거를 제발 캐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1번이라면 너의 과거를 지하에 묻지(숨기지) 말라고 공격하는 것은 2번이다.

유명해지기도 어렵지만 그걸 유지하는 일 또한 험난하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대체로 3단계를 거치는 모양새다. 1단계 나를 알아보면 반갑고, 2단계 나를 알아주면 고맙지만, 3단계 나를 알아채면(알아버리면) 두렵다. 사람의 브랜드(상표)는 상상과 표현의 결과물이다. 모름지기 좋은 상표를 오래도록 갖고 싶다면 조심하고 명심하자. 상상은 자유롭게 표현은 신중하게.

과거는 현재의 반대말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의 재료다. 과거가 모여 현재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좋은 현재만 드러내고 싶지만 나쁜 과거도 언젠가 드러난다.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아주 가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톰 리플리(알랭 들롱)는 완전범죄라고 믿지만(믿고 싶었지만) 깊은 수심 아래 잠겨있던 증거물(시신)은 마침내 요트(욕망의 상징) 밖으로 떠올라 세상에 진실을 말한다.

진실 앞에서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관객이 교훈을 찾아야 할 지점도 이 근처다. 친하게 교제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건 결국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그 잘못은 대부분 나의 입에서 나온다. 명심보감, 아니 명곡보감을 들춰보자. ‘그대는 왜 가버렸나’(Why she had to go) 그 유명한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과거(‘Yesterday’)를 시인하고 자책한다. ‘그래 내가 뭔가 실언을 한 거야’(I said something wrong)

살다 보면 ‘사람이 왜 저래’ 회의에 빠지는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착한 줄 알았는데 잘못 봤네’ ‘악한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나의 경우 군대, 특히 훈련소에서 ‘너는 왜 그래’(원망)보다 ‘내가 왜 이래’ (실망)하면서 많이 깨쳤다. 인간의 내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에서 나는 천사가 된다. 반대로 악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에서 나는 악마가 된다. ‘라디오 스타’ 같은 예능프로에선 토크 분량 다툼이 치열한데 인생 프로에선 말보다 선(善)의 분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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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객관식 ‘그’(그럴~)로 열었으니 마무리도 사지선다형 ‘그’로 하자. 이번엔 나에게 묻는다. ‘1. 그럴 수 있지 2. 그러려니 3. 그러거나 말거나 4.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은 포용이거나 방임, 2·3번은 무관심이거나 냉소적이다. 요즘은 돌리는 채널마다 우울한 노래가 쏟아져나온다. 명곡보감 비틀스 편(‘Hey Jude’)에선 오늘도 4번을 추천한다. ‘슬픈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세요. 그걸 좋게 만드는 게 당신이죠’(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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