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현실 꼬집었지만… 의문만 던지고 맥없는 마무리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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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댓글부대’는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 안국진 감독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영화 본 후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게 요즘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라며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고 소비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영화 ‘댓글부대’의 강점·약점

실화 바탕으로한 탄탄한 스토리
온라인 커뮤니티 작동원리 반영
손석구 + 명품조연 3인방 조합

작중 ‘고발의 대상’ 불분명하고
모호한 열린결말에 매력 상쇄


영화 ‘댓글부대’(27일 개봉)는 ‘인터넷 어디까지 믿으세요?’란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진실은 저 너머에…’란 식으로 흐지부지 마무리한다. 인지도 있는 원작에 뛰어난 현실 반영, 신선한 배우 조합이란 강점이 있는 잘 만든 블랙코미디지만, 품고 있는 약점이 그 매력을 조금씩 상쇄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게 영화의 첫 번째 강점이다. 소설은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그러나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했다. 여론 조작 주체를 대기업으로 상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에서 사기업으로 댓글조작 주체를 바꾸니 폭발력이 약해졌다. 안국진 감독은 “원작을 각색한다기보다는 새로 쓴다는 느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사회부 기자 상진(손석구)이 여론 조작으로 나락 직전까지 이르게 되는 기사는 안 감독이 실제로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다. 안 감독은 “영화에 나온 일화는 실화에 가깝다”며 “‘이 영화는 허구다’란 영화의 문구는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사회파 영화로서 우리 사회의 현실이 잘 드러난 것도 강점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의 작동원리가 잘 반영돼 있다. 커뮤니티 성향별로 소위 ‘먹히는’ 글 제목이나 즐겨 쓰는 말투와 밈까지 세심하게 반영됐다. 20대 시절 인터넷 커뮤니티에 빠져 있었다던 안 감독은 “분열의 시대라 서로 다른 성향의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 모두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경계선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변화 중이지만 여전히 ‘고인물’인 언론생태계 역시 고증이 잘된 편이다. 현실 그대로 담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자 세계를 다뤘던 다른 영화나 드라마들에 비해 뛰어나다.

그러나 정작 고발의 대상이 불분명해 영화의 힘이 떨어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100% 진실보다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진짜 같다는 메시지 때문인지 영화가 무엇을 겨냥하고자 하는지 애매하다. 영화의 주요 서사인 상진이 특종을 위해 취재했던 과정 자체의 진위에 의문을 던지는 ‘용두사미’식 결말은 현실적이지만, 맥이 빠진다. 과정은 훌륭하지만, 꿈을 꾼 듯한 구운몽식 마무리의 찝찝함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배우들이 “신선한 조합”이라 자평한 캐스팅도 영화의 강점이다. 기자로 분한 손석구와 댓글부대 ‘팀알렙’의 3인방을 맡은 김성철(찡뻤킹), 김동휘(찻탓캇), 홍경(팹택)은 연기력이 검증된 젊은 피 조합이다. 김성철이 “공격수와 수비수, 미드필더가 조합된 축구팀처럼 보이고 싶었다”는 3명의 앙상블은 훌륭하다. 진실 추구의 집요함과 적당한 공명심 사이를 오가는 손석구도 직업인으로서 기자를 잘 표현했다.

그런데 댓글조작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각 인물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단 인상을 준다. 인물의 감정을 담은 드라마가 있는 영화가 아니라서 배우 개개인의 매력이 발휘될 공간이 적은 편이다. ‘구씨’(‘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 역할)를 기대하는 팬이라면 실망할지 모른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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