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재현, 무제, 55×40㎝, 종이에 혼합재료, 1994.
30년 전 3월 29일. 그는 봄꽃의 눈부신 자태와 따스한 햇살을 두 눈에 가득 담은 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90년 초여름 인사동에서 야심적인 거리전을 펼쳤을 때, 재능과 열정의 작업들은 또래인 바스키아를 떠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제도나 형식 따위는 걷어차고 직접 관객들과 교감했던 ‘그림장군’ 주재현.
그랬던 그가 4년 뒤 타계했을 때, 세상은 요절을 안타까워할 뿐, 더 이상의 관심은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갓 서른을 넘은 작가의 화업이 얼마나 되랴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장돼 있던 작품이 무려 2500점이며, 고향 강원 홍천군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이 경이로운 열정의 결정체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흙과 볏짚으로 엮인 동물 형상 같은 것이 화염 앞에 놓여 있다. 세상과의 이별을 암시했던 것일 수도 있으며, 불꽃 같은 자신의 삶을 은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물론 그의 세계는 냉소와 유쾌함, 자유로움과 행복으로 수렴된다. 자연과 인간을 분석하지 말고 상상력으로 통찰하기를 역설하는 천재를 기대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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