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정원 대공 수사권 복원’ 예고… 경찰은 ‘안보수사단’ 몸집 키우기 나서

간첩수사 ‘두뇌’ 부서 신설 추진
지방청 안보수사부도 확대 검토

여당이 4·10 총선 이후 올해 폐지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을 예고한 가운데 경찰이 간첩 핵심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수도권 시·도경찰청의 대공수사 조직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말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는 ‘상반기 정기 직제 요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요 대공 사건을 맡는 본청 안보수사국 산하 안보수사단에 ‘안보범죄분석과’와 ‘방첩·경제 안보수사과’를 각각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안보범죄분석과는 대북 관련 범죄 첩보를 수집·분석하는 역할로, 간첩 수사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까지 해당 기능이 존재했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경찰 안보 수사 인력을 늘리는 과정에서 ‘계’ 단위로 축소 편성됐다. 그러다가 국정원의 간첩 사건이 이관되고 자체 첩보 수집에 나서면서 사건 분석 기능의 확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또 방첩·경제 안보수사과도 신설해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등 경제 안보 침해 수사에도 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총경급 안보수사과 체제로 운영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에는 경무관급 안보수사부로 직제를 한 단계 격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안보수사부 산하에는 2개 과를 운영해 간첩과 산업 유출 사건에 각각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에도 1개 과를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청은 이 같은 직제 개편안을 이달 말 확정해 행안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제 개편안 내용이 수정되거나 행안부에서 최종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경찰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가 결정되자 2021년부터 3차례에 걸쳐 대공 조직 확대와 증원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대공수사를 전담하게 된 올해 초부터 수사 전문성 미비와 인력 부족 등 각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부산경찰청과 인천경찰청 등 2곳에 경무관급 조직인 광역수사단을 신설하는 방안도 이번 직제 개편안의 주요 안건으로 검토 중이다. ‘마약·조폭·부패 범죄’ 등 광역·흉악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광수단은 현재 서울청과 경기남부청 등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