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등 60명 입건… ‘청탁금지법 위반’ 검토

경찰, 문제유출 의혹 수사

경찰은 지난해 6월 정부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근절 추진 대책 이후 유명 강사와 대형 학원 관계자, 현직 교사 등 60여 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대입 관련 문제 유출·문항 거래 의혹에 연루된 피의자 60여 명을 입건하고 일부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전·현직 교사가 문제를 제작해 학원 강사나 학원 측에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최대 수억 원의 금전을 받는 거래를 토대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 등 출제에 참여한 4명을 포함한 2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도 이달 11일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직 교사 등 56명을 적발했다.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출제됐다는 논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를 토대로 전·현직 교사들의 문항 제작 및 판매 행위 관련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엔 수능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에게 문제를 사들인 의혹을 받는 대입학원 ‘시대인재’를 압수수색 한 바 있다. 다만 문항 거래 행위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 행위를 처벌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 출제 위원 등의 지위를 활용해 문항 거래를 한 것이나, 과도한 출제비를 받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법리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수사 의뢰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수사 진척 정도에 따라 입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수사 대상이 100여 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