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동생 목 쇠사슬로 묶고 매질…재판부는 왜 60대 형 선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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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주워 노모·동생 부양…재판부 "도움 줘야"

알코올 중독인 50대 동생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때린 60대 친형이 재판부의 선처로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정서현)은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판결 선고를 내리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형사처벌하지 않고 교화를 위한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는 가정법원으로 넘기는 절차다.

지난해 5월 28일 동생 B 씨는 집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서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과 소방 당국은 B 씨의 목에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1m 길이의 쇠사슬과 몸에선 매질의 흔적을 확인했다.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저체온증을 보인 B 씨는 귀가를 극구 거부,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폭행 용의자로 친형인 A 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A 씨는 "알코올 중독 상태인 동생이 모아둔 폐지를 팔고 그 돈으로 술을 마셔서 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의정부시의 집에서 함께 살던 50대 동생 B 씨를 쇠사슬로 묶고 나무 빗자루로 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두 형제는 80대 노모를 모시고 있었고, A 씨는 폐지를 주워 한 달에 약 40만∼50만 원을 벌어 생계를 꾸려왔다. B 씨는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 씨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하고, 지방자치단체 복지센터와 연계해 알코올 치료 등 지원 방법을 모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2월 20일에 열린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형사 사건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피고인이 도움을 받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는 게 좋을 거 같다"며 "앞으로 동생과 계속 살아야 하니 가정보호 재판부에서 상담받고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