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막아라”… 스토킹범 수사-치료 병행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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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올 예산편성 심리상담 도입

피의자 접근금지 강제조치에도
수사·재판 도중 보복사례 속출
2022년 재범률 전년비 14배 늘어

석·박사 이상 상담사 투입 치료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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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 손님이던 A 씨는 2019년 평소 호감이 있던 헬스 트레이너 B 씨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스토킹을 시작했다. 2개월 넘게 카카오톡과 문자 폭탄을 보냈고 2022년 B 씨가 이직한 직장을 쫓아가 만남을 요구했다. A 씨는 그해 경찰 수사와 함께 법원에서 100m 이내 접근·연락 금지 조치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범행을 이어갔다. A 씨는 B 씨에게 “고소에 대한 합의 없이 징역 또는 벌금을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내고 접근 금지 조치 한 달 만에 B 씨 직장을 또 찾아갔다.

지난해 2월까지 스토킹을 해온 A 씨는 올 1월에야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신고가 급증했지만 가해자의 수사·재판 진행 과정에서 보복 심리로 재범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등 강제 조치가 있으나 앙심을 품은 채 조치를 어기면 범죄를 원천 봉쇄할 수 없는 탓이다.

경찰은 이런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병행하는 제도를 이달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심리 상담을 강제할 수 없는 법적 미비로 일일이 가해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을 도입한 당해 관련 범죄는 1023건에서 2023년 1만2009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스토킹 재범도 2021년 42건에서 2022년 589건(재범률 12.8%)으로 14배가량으로 늘었다. 스토킹 범죄자 7명 중 1명꼴로 수사·재판에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에게 법원이 접근 금지를 아무리 한다 한들, 범죄를 하겠단 마음을 먹으면 막을 방법이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는 전 여자친구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수사와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던 30대 남성이 한 달 만에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가슴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일도 있었다. 인천지법은 지난 1월 이 남성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를 명령했으나 피해자는 숨진 뒤였다. 지난해 1월에도 스토킹 행위로 재판을 받던 50대가 형사 합의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올해 처음으로 예산 1억2400만 원을 편성해 서울·인천·경기남부경찰청 등 3곳에서 스토킹 가해자 치료·상담을 시행한다. 석·박사 이상의 심리 상담사가 심리 분석과 치료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청이 2022년 145명의 가해자에게 심리 치료 시범 운영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재범은 총 7건(4.9%)으로 해당 청의 동종 재범률인 12.8%보다 크게 낮았다.

해외에서도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치료가 병행되고 있다. 영국에선 수사기관 등 유관 기관이 협업해 스토킹 가해자들의 심리적 동기를 파악, 범죄 중단 및 단념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현행 스토킹 처벌법상 심리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가해자에게 일일이 치료 동의를 구해야 하는 실정에 놓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의 경우 관련 법률상 가해자에 대한 심리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스토킹 처벌법 역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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