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거연합 해체’로 최악의 선택… 지지기반 축소가 총선 최대 패인[Deep Read]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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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보수는 왜 졌는가

보수, 변화에 대한 둔감·두려움으로 비주류 전락… 국민이 尹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한 것
통렬한 성찰·쇄신 없으면 몰락 맞을 것… 이견 허용·관용과 자기절제로 중도 확장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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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은 야권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했고, 한국의 보수정치는 비주류로 전락했다.

보수정치의 가장 중요한 패인은 ‘선거연합의 해체’를 통해 지지 기반을 축소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에 있다. 최선을 꿈꾸더라도 궁극에는 최악을 버리고 차선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정치의 정석이다.

◇국민의 거부권

2016년 20대(새누리당), 2020년 21대(미래통합당), 2024년 22대(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이 3연속으로 총선에서 패한 건 보수정치 사상 처음이다. 4년 전에는 ‘개헌 저지선’을 읍소해서 103석, 이번에는 ‘탄핵 저지선’을 읍소해서 겨우 108석 얻었다.

보수 정당은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제 정치의 주류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당이다. 세 번 패하는 동안 당명이 계속 바뀐 것이 보수 정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당명으로 세 번 연속 승리했다. 예전에는 민주당도 선거 때마다 당명이 달랐다.

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몰락의 5단계를 ①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②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③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④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⑤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로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4단계에 있다. 변하지 않으면 곧 5단계를 맞을 수도 있다.

전 세계 휴대전화의 지존이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해 컴퓨터와 반도체를 만들던 애플과 삼성에 무너졌다.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법인·정당)이 있다. ①변화를 이끄는 사람 ②변화를 뒤쫓는 사람 ③변화에 둔감한 사람 ④변화가 두려운 사람. 국민의힘은 변화에 둔감하거나 두려워한다. 한때 ‘남북기본합의서’ ‘북방 정책’ ‘공동체 자유주의’ 등의 담대한 구상으로 변화를 이끌던 시대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국제 정치든 국내 정치든 조폭이든 위계질서가 분명하면 싸움은 없다. 위계가 무너지면 전쟁이 불가피하다. 미·중 패권 전쟁이나 ‘트럼피즘’이 그런 사례다. 한국에서도 전에는 ‘민(民)’은 비주류를 상징했다. 지금은 민주당·민주노총·민변·민예총이 주류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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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의 해체

‘이념 공동체’든 ‘이권 카르텔’이든 ‘민주 동맹’은 선거 승리 후 전리품을 나누며 동맹 결속을 강화했다. 어떤 선거든 이긴 후에는 민주당·민주노총·시민단체·전교조 등의 몫이 있었다. 똘똘 뭉쳐 싸울 목표가 분명했다. 반면 보수 정당은 승리 후 (전리품을 독차지하기 위해) 선거연합을 해체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보수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2015년 당·청 갈등과 2016년 총선 때의 유승민 공천 배제가 탄핵 전선의 균열을 불렀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보수 동맹’은 2017년 탄핵 이후 ‘중도 보수’의 이탈로 와해됐다.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정당 대 반(反)보수정당’ 구도였다. 반면 민주당은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등을 해야 선거 승리를 기할 수 있었다. 지금은 ‘민주당 대 反민주당’ 시대가 됐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2022년 대선 당시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등이 이를 말해준다.

보수의 몰락을 불러온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의 공통점은 ‘이념 집착’과 ‘선거연합 해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유승민과의 갈등, 시대착오적 ‘국정 교과서’ 추진, 공천 파동으로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포기하고 ‘보수 정체성’에 집착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좁혔다. 2020년 총선에서의 의석 103석이 그 결과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태극기 부대 같은 극단적 노선을 폐기하고 중도 외연 확장 노선으로 돌아가 4·7 재·보선(2021년), 3·9 대선(2022년), 6·1 지방선거(2022년)에서 연거푸 이겼지만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다시 선거연합 해체의 길을 걸었다. 지지 기반을 축소하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최악의 선택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은 전리품을 독차지하기 위해 대선 전쟁을 함께 치른 동지와 장수들을 다 내쳤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유승민을 내치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대표를 거친 방식으로 내쫓고,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는 ‘국정 운영의 적’으로 내몰았다.

이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마지못해’ 찍었던 중도층과 2030은 등을 돌렸다. 지난해 10월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그 결과였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오류는 고칠 수 있어도 한계는 뛰어넘을 수 없다. 올드 라이트와 뉴 라이트 세계관에 갇혔고 보수 유튜버의 정신적 지배를 받았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을 자초했다.

‘이탈, 항의, 그리고 충성(Exit, Voice, and Loyalty)’이란 책에서 앨버트 허시먼이 통찰한 대로 ‘항의’(안철수·유승민)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탈’(이준석·천하람)이 속출하면서 ‘충성’(지지율)이 약해졌다.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①최선은 이준석도 남고 혁신도 하는 것 ②차선은 이준석은 탈당하고 국민의힘은 혁신하는 것 ③차악은 이준석은 남고 혁신은 없는 것 ④최악은 이준석은 탈당하고 혁신은 없는 것인데, 국민의힘은 최악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자기가 믿는 세계와 실제 세계가 다른 ‘인지 부조화’에 빠져 있는 듯하다. 불일치로 인한 괴로움을 해결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자기 객관화’를 통한 성찰로 자기 생각을 현실에 맞춰 가는 것과 자기가 믿는 세계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보수 유튜버)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당연히 전자에 있다.

◇관용과 절제

‘입틀막’으로 상징되는 폭력적 억압이나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니다. 방송을 장악·폐지·매각하는 방식은 정치적 반대자에게 날개를 달아줄 뿐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중도 외연 확장은 더 어려워지고 더 큰 패배가 기다릴 뿐이다. 국민의힘이 다시 ‘이기는 정당’으로 돌아가려면 이견을 허용하고 관용과 절제를 재장착해야 한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이탈, 항의, 그리고 충성’은 퇴보하는 조직의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을 쓴 앨버트 허시먼의 책. 이탈은 희망을 포기하고 탈출하는 것, 항의는 권력과 싸우는 것, 충성은 침묵하는 것.

‘짐 콜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경영 석학. ‘경영의 바이블’로 꼽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2017년 포브스의 ‘가장 위대한 100대 경영인’에 선정.

■ 세줄 요약

국민의 거부권 : 22대 총선이 야권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 국민이 표의 심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한 것. 한국의 보수는 비주류로 전락. 여권은 변화에 대한 둔감함과 두려움으로 몰락을 자초.

선거연합의 해체 : 최선을 꿈꾸더라도 궁극에는 최악을 버리고 차선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정치의 정석. 보수 정당의 가장 중요한 패인은 ‘선거연합의 해체’를 통해 지지 기반을 축소하는 최악의 수를 둔 것.

관용과 절제 : 여권에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탈’이 속출하면서 ‘충성’이 약해져 중도층이 등을 돌리게 됨. 보수 진영이 다시 ‘이기는 정당’으로 돌아가려면 이견을 허용하고 관용과 절제를 재장착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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