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여론조성[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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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이번 제22대 총선 국면에서 발표된 여론조사는 총 656차례로 집계됐다. 3월 초부터 각 당의 경선 작업이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여 동안에 하루 평균 20건 이상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이 90여 곳 되는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역대 최대 호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야 인사인 김어준 씨가 회원제로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조사한 것만 280여 차례나 된다고 하니 전체 여론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비교해 보면 여론조사는 크게 차이 나는 곳이 많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앞서고 있다는 몇몇 지역은 정작 선거 결과를 보면 뒤집힌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 기관은 선관위로부터 통신 3사에서 제공한 ‘안심번호’를 받아 이를 근거로 여론조사를 한다. 통화 상대방이 익명화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데 1주일이면 폐기하고 다시 번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입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알뜰폰’은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다. 알뜰폰 가입자가 많은 서민·20대·학생층은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진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국민의힘 조경태 후보와 민주당 이재성 후보가 대결한 부산 사하을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조 후보가 56.0%의 지지를 받았고, 이 후보는 23.0%의 지지를 받아 33.0%P 차이가 났는데, 실제 결과는 13.2%P 차이로 조 후보가 당선됐다. 알앤써치가 경기 오산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주당 차지호 후보와 국민의힘 김효은 후보의 격차가 2.6%P에 불과했지만, 실제 투표 결과 18%P로 차 후보가 이겼다.

여론조사 꽃이 서울 동작을에서 지난 1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48.8%,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43.1%였다. 그러나 결과는 나 후보가 54.01%, 류 후보가 45.98%로 나왔다. 특히,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 대한 여론조사 꽃의 조사는 크게 틀렸다. 이러니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성’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은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높지만, 총선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 기회에 여론조사 남발을 막고 과학적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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