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잇단 이상 징후와 ‘용산 시스템’ 난맥 의혹[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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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이 선거에서 참패하면 어느 정도 허둥대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도 나올 수 있지만, 최근 용산 대통령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런 불가피한 일시적 혼선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요한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 불과 몇 시간 뒤에 참모가 나서 취지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17일 오전에는 박영선·양정철 기용 소동까지 빚어졌다. 이와 관련, 공(公)조직 대신 비선 조직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됐다.

이날 오전 6시쯤 일부 방송 매체가 차기 총리 후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단독 기사’라며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수그러들었다. 문제는, 공조직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하마평이 주요 언론이 보도할 만큼의 근거와 배경을 갖고 유포된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 대통령 취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비선을 자처하는 사람이 보도할 만한 신뢰를 갖춘 취재원이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무분별한 보도로 치부하기에 앞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내부 점검부터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발표문 작성자’가 따로 있지 않으냐는 의심을 자초하기에 충분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참모가 기조를 누그러뜨리는 브리핑을 해야 할 정도라면, 작성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거대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 참모가 ‘비공개회의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의대 증원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 때에도 참모들이 뒤늦게 증원 숫자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때에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낙관론을 두고 비선 의혹이 일었다. 이런 메시지와 인사 혼선이 거듭될수록 도대체 ‘용산 심처(深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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