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짙은 코인시장… 금융당국, 자금추적 나선다

비트코인 4번째 반감기(下)

변동성 커 투자자 보호 필요
발행·유통량 표준 마련 착수

1분기 가상자산 원화 거래량
631조원으로 달러 거래 제쳐

비트코인 한때 6만 달러 붕괴
거래증가 속 투자신중론 대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자금추적 방안과 통일된 발행·유통량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 특성에 따라 투자자 보호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위험·고수익’ 위험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특성으로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지난 1분기 원화 거래량이 달러화 거래량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허용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 금융권 편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시장 ‘온체인 데이터’ 분석의 감독 활용방안 △가상자산 발행량 및 유통량 분석 사례 및 통일기준 수립 연구 등 2가지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이란 기술로 거래내용을 분산된 거래장부에 적어 저장하는 구조다. ‘온체인 데이터’는 이런 블록체인상 거래 기록을 말하는데, 이 기록에서 이상 거래 징후 탐지나 가상자산 사업자 건전성 평가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가장 민감한 발행량과 유통량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소위 ‘지갑’ 속 자금 흐름이라든지 불공정거래를 추적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탈중앙화’라는 가상자산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감독을 강화하려는 것은 가상자산의 ‘고위험·투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도 최고가를 넘나들던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4월 20일 추정) 도래와 미국·홍콩의 현물 ETF 승인이란 호재에도 최근에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낮 12시 5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16% 하락한 5만9983달러(약 8307만 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7만3797달러) 대비 하락 폭이 15.0%가 넘는다.

무엇보다도 한국 투자자들은 전 세계에서도 가상자산 투자 선호도가 높아 주의가 더 요구된다. 지난 1분기의 경우 원화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량이 달러화 거래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카이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앙화 거래소 내 원화를 통한 누적 거래량은 총 4560억 달러(약 631조 원)로, 같은 기간 달러를 통한 거래량(4450억 달러)을 크게 앞섰다.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수료 경쟁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후발 가상자산) 거래에 치중된 한국 시장의 특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의 경우 비트코인 거래가 주를 이루지만, 국내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변동성이 더 큰 고위험 알트코인 거래에 치중돼 있어 위험성이 더 크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에 신규 코인이 상장되면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비트코인보다 많이 거래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