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대회서 4회 우승… 셰플러, 황제의 길로 들어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스코티 셰플러가 23일 오전(한국시간) PGA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한 뒤 타탄체크 재킷을 입고 한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셰플러는 최근 출전한 PGA투어 5개 대회에서 우승 4회, 준우승 1회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AFP 연합뉴스

RBC 헤리티지 19언더 기록
마스터스 이어 2주 연속 정상
시즌 4승… 개인 통산 10승
약점이던 퍼트 바꾸면서 독주
“잘 맞은 샷, 핀에 붙이는 건
하면 할수록 굉장히 중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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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의 길을 따르고 있다.

셰플러는 22일 밤(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 아일랜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헤리티지(총상금 20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악천후로 4라운드가 중단돼 3홀을 남기고 일몰 순연을 맞았던 셰플러는 하루 지나 재개된 경기에서 보기 1개를 범했지만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2위 사히스 시갈라(미국·16언더파 268타)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헤리티지 우승의 상징인 ‘타탄체크 재킷’을 입었다. 지난주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 이후 2주 연속이자, 시즌 4승이고 개인 통산 10승이다. 특히 최근 5개 대회에서 우승 4회, 준우승 1회에 오르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시갈라는 “2위를 하고 있지만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셰플러의 경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에 셰플러는 “그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정말 잘 맞은 샷을 핀 가까이 붙이는 것은 하면 할수록 중독적”이라고 말했다.

타의 추종을 허용하지 않는 셰플러의 독주에 우즈가 PGA투어를 지배했던 2000년대 중반의 기록이 연이어 소환되고 있다.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 4회는 2007년 우즈 이후 최초다. 당시 우즈는 1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7회, 준우승 3회를 거뒀고 특히 시즌 막판 5개 대회에서 우승 2회 뒤 준우승, 다시 우승 2회의 괴력을 과시했다.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다음 주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2006년 우즈 이후 셰플러가 최초다. 우즈는 2006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또 셰플러가 이븐파 이하의 성적으로 라운드를 마친 것도 지난해 8월 투어챔피언십 셋째 날 이후 40라운드나 이어지고 있다. 이 부문의 PGA투어 최다 기록은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우즈가 달성한 52라운드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셰플러의 기세에 외신들은 우즈와 비교하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셰플러가 타이거 우즈의 영토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고, CNN은 “5회 중 4번의 우승, 셰플러는 전성기 우즈 이후 가장 압도적인 골퍼인가”라고 칭찬했다.

셰플러가 올해 유독 강해진 이유는 유일한 약점이었던 퍼트를 보완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조언에 퍼터를 교체한 뒤 4승을 챙겼다. 또한 셰플러는 세계랭킹 1위에 걸맞은 강한 승부근성까지 갖췄다. 셰플러는 해가 져 4라운드가 중단되기 직전이었던 15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연못에 빠져 위기에 놓였지만 1벌타를 받고 친 네 번째 샷을 과감하게 홀 가까이 붙여 파로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으로 셰플러는 상금 360만 달러(약 50억 원)를 받았다. 셰플러는 지난 시즌 23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 각 2회, 17차례 톱10 등으로 PGA투어 최초 단일시즌 누적 상금 2000만 달러를 넘었다. 올해는 10개 대회 만에 1869만3235달러를 확보해 2년 연속 2000만 달러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